대표적인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가 ‘매춘 합법화’를 공식입장으로 정하려 했다가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1일 보도했다.
앰네스티는 매춘 여성들이 손님이나 포주의 폭력에서 벗어나려면 매춘을 합법화해 여성들이 언제든 경찰서를 드나들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매춘 합법화 입장 발표를 추진해왔다. 아울러 성인 간의 동의하에 성관계를 하는 것에 국가권력이 개입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앰네스티의 매춘 합법화 방침이 최근 외부로 알려지면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유럽의 진보 언론으로 앰네스티를 적극 지지해온 영국 일간 가디언조차 사설에서 “앰네스티가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럽 내 여성단체들과 메릴 스트립, 엠마 톰슨, 케이트 윈슬렛 등 유명 여성 배우들도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이들이 매춘 합법화를 반대하는 까닭은 매춘이 합법화되면 성산업이 번창해 인신매매가 크게 증가할 것이란 점을 꼽고 있다. 실제로 2002년부터 매춘이 합법화된 독일의 경우 섹스관광이 활성화되면서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동유럽 여성들이 대거 자발적, 비자발적으로 독일로 몰려들었다.
반면 합법화 찬성론자들도 적지 않다. 매춘이 합법화되면 매춘 여성들이 포주에게 더 좋은 근로조건을 주문할 수 있고, 손님한테도 안전한 성관계를 당당히 요구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독일은 매춘 여성에게도 ‘합법적 직업인’의 신분을 부여해 연금과 건강보험 혜택을 주기도 했다. 현재 네덜란드와 뉴질랜드에서도 매춘이 합법화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유럽의회는 ‘북유럽형 모델’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이는 매춘 여성은 처벌하지 않고, 성을 사는 남성만 처벌하는 방식이다. 스웨덴이 1999년 처음 도입한 이래 아이슬랜드 노르웨이 북아일랜드 캐나다 등이 채택했다. 하지만 북유럽형 모델이 오히려 성매매를 더욱 은밀하게 이뤄지도록 해 매춘 여성들만 더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유럽 앰네스티 때문에 때 아닌 ‘매춘 문제’로 떠들썩
입력 2015-08-11 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