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적 GP 부숴버리고 싶다” DMZ 수색작전 참가 장병들

입력 2015-08-11 16:59
연합뉴스 제공

“지금 심정으로는 적 소초(GP)를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 밖에 없습니다.”

지난 4일 발생한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폭발 당시 현장에서 수색작전을 벌이던 문시준(24) 소위는 11일 경기도 고양 국군고양병원에서 가진 언론 공동인터뷰에서 이같이 각오를 밝혔다.

문 소위는 지난 3월 육군 3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갓 임관했다. 신임 소대장으로 현장지휘를 정교성(27) 중사에게 맡기고 수색작전에 참가한 상태였다. 문 소위는 사건 당시 처참한 상황을 떠올리며 “아군이 고통을 느낀 만큼 수만 배 갚아주고 싶은 마음이다. 기회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작전에 참가한 대원 8명 중 언론 인터뷰에 나온 인원은 문 소위와 정 중사, K3 기관총 사수 박준호(22) 상병 등 3명이었다. 이들은 국군고양병원에 입원해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팀장으로서 현장을 지휘한 정 중사는 “첫 번째 폭발이 일어나자 ‘적 포탄 낙하!’라고 외친 후 바로 엎드렸다”면서 “팀장으로서 대원들을 하산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 중사는 2009년 10월 임관 이후 줄곧 수색대대에서 근무해온 ‘베테랑’ 수색대원이다.

그는 1차 폭발 직후 첫 부상자인 하모(21) 하사에게 달려가 응급처치를 했다고 한다. 그는 “하 하사 상태를 보니 오른쪽 다리에 피가 많이 흐르고 있었다”며 “부팀장 김모(23) 하사에게 하 하사를 후송토록 지시한 뒤 전방을 경계하고 있던 중 2차 폭발이 일어났다”고 했다.

2차 폭발로 김 하사까지 쓰러지자 정 중사는 다시 김 하사에게 달려가 그를 후방으로 옮겼다. 앞서 부상을 입은 하 하사도 같은 장소로 옮겨져 공간이 부족하자 김 하사가 고통을 참고 스스로 옆으로 옮겨갔다고 정 중사는 전했다. 정 중사는 “당시 하 하사는 적에 대한 분노를 많이 드러냈으며 김 하사는 하 하사에게 ‘정신 차리라’는 말을 계속했다”고 전했다.

정 중사는 사고 직후 북한의 소행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그는 “해당 코스는 수없이 다녔던 곳”이라면서 “이유 없이 폭발이 일어날 리 없다고 생각해 적의 공격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는 신속한 응급처치가 가능했던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수색만 40여회 실시하고 매복도 비슷한 수준으로 훈련을 해왔다”면서 “작전 코스에 대한 적의 위협을 알고 있었고 많은 준비를 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대원들은 사고와 관계없이 한시바삐 부대로 복귀해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사고 당시 K3 사수로서 전방 엄호를 하면서 두 부상자의 치료도 도운 박준호 상병은 “당장 내일이라도 작전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면서 “수색대대에서 맡은 임무를 끝까지 충실하게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지뢰 폭발로 중상을 입어 치료 중인 김 하사와 하 하사 또한 같은 심정이다. 이들은 병상에서 군 관계자와 가족들의 위로에 “회복되면 근무하던 수색대대로 복귀하고 싶다. 평생 군인으로 남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