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폭로된 중국 경찰의 고문

입력 2015-08-11 16:34
억울한 옥살이 끝에 5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된 류런왕(53)은 국가를 상대로 한 600만 위안(약 11억1000만원)의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고문의 진상을 널리 알리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그가 선택한 것은 고문 당시의 상황을 묘사한 그림이다. 코에 커피를 들이붓고, 천장에 매달려 전기 충격을 받는 모습이 중국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류씨는 2008년 12월 산시성 뤼량시 중양현의 한 마을에서 전 부촌창 류젠쥔을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사건 직후 마을 주민 30여명이 용의선상에 올라 중양현 공안국으로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류씨는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유죄 사실을 인정했다. 공안국은 언론 발표를 통해 “류씨와 류씨의 동생이 평소 피해자와 사업상의 이유로 다툼이 많았다”면서 “원한에 의한 살해”라고 결론지었다. 류씨는 재판 과정에서 “고문에 의한 자백이었다”며 혐의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2010년 8월 사형유예(사형선고 후 2년 동안 형 집행을 유예한 뒤 수형생활을 평가해 사형에 처하거나 감형하는 제도) 선고를 받았다. 류씨는 2년 뒤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가 2013년 항소 끝에 누명을 벗고 무죄 석방됐다. 이후 검찰이 항소했지만 지난해 10월 다시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류씨의 사연과 그림들은 지난 6일 처음 남방도시보를 통해 알려진 뒤 온라인 신문 펑파이와 베이징의 유력 신문 신경보 등을 통해 퍼져나갔다. 뉴욕타임스(NYT)도 10일(현지시간)류씨의 사건을 다뤘다. 류씨가 공개한 그림들은 후난성의 한 화가에게 부탁해 100위안(약 1만8500원)을 주고 그린 것이다. 고향 중양현에서 수소문을 했지만 공안국의 보복이 두려워 여러 화가들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류씨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공안이 신문할 때 어떻게 고문을 이용하는지 널리 알리고 싶었다”며 “그때 받은 고문 때문에 머리는 세고 청력도 나빠졌고 허리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등 온몸이 망가졌다”고 주장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