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삭제!” 소나무 우리이름 찾기에 일본 부들부들… 한중일 삼국지

입력 2015-08-12 00:02
대한민국 땅에서 나고 자란 소나무의 영어 이름에 ‘일본(Japan)’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우리 정부가 광복70주년을 맞아 식물 주권을 찾겠다며 영어 이름에서 왜색을 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일본이 발끈하고 있습니다. 12일 한중일 삼국지입니다.

산림청과 국립수목원은 광복70주년을 맞아 “우리 소나무의 광복을 선언합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우리 식물주권 바로잡기’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사업 내용은 간단합니다. 우리 식물이 외국에서는 이름 때문에 일본식물로 둔갑하고 있으니 이를 바로잡겠다는 것입니다.

소나무를 보실까요? 영어 이름은 그동안 ‘Japanese red pine’이었습니다. 줄기가 붉은 일본의 소나무라는 뜻인데요. 산림청 등은 이런 이름이 퍼진 것에 대해 ‘세계적으로 한반도가 소나무 분포의 중심이지만 일본 소나무가 서양인들에게 먼저 알려진 탓이다. 이제 소나무가 한반도 중심의 나무임을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벚나무도 ‘Japanese flowering cherry’로 돼있는 걸 ‘Oriental flowering cherry’로 바꿨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지만 동아시아에 넓게 분포하는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Japanese rose’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찔레꽃은 ‘Multiflora rose’로 수정됐습니다.


산림청 등은 우리 식물이 다른 나라의 식물로 알려진 경우 외에도 영어이름이 없는 식물에게 새 이름을 제안하거나 한반도에만 살고 있는 특산신물은 ‘코리아(Korea)’ 식물로 부르도록 세계에 알리겠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해국은 ‘Seashore spatulate aster’로 섬시호는 ‘Ulleungdo thorowax’, 매미꽃은 ‘Korean forest poppy’ 등으로 부르겠다는 것입니다.

산림청 등은 이런 영어 이름을 바꾸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학명은 전 세계가 공식적으로 쓰는 이름으로 국제식물명명규약에 따라야 하니 이름을 바꿀 수 없습니다. 안타까운 사례이지만 울릉도에만 분포하는 고유식물인 섬초롱꽃의 학명은 Campanula takesimana Nakai라고 돼있다네요. 울릉도·독도의 일본 이름인 다케시마가 붙어 있는데 이는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가 일제강점기 처음 발견해 마치 일본 식물처럼 학명을 붙였기 때문이라는군요.

학명과 달리 일반명의 경우 각 나라에서 서로 다른 언어로 식물에 붙여 부르는 이름이니 한 종의 식물에 여러 개의 이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죠. 학명과 달리 일반명에는 선취권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산림청 등은 한국 자생식물 4173종의 영어 이름을 재검토하고 웹툰과 웹진 등을 통해서도 사업을 홍보한다는 방침입니다.


이 소식이 일본에 전해지자 일본 네티즌들이 발끈하고 있습니다.

일본 고고통신은 관련 기사에서 “행정기관이 식물의 영어 이름을 바꾸겠다고 하다니 놀랍다”면서 “일본해(동해의 일본명) 이름 변경 논란이 식물에서도 불거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일본 네티즌들은 “조선인의 내 것 병, 타고는 병이다” “나라가 없어서 생긴 일인데 이름 바꾼다고 역사가 바뀔까” “무엇이든 반일의 나라, 피곤하다” “이런 것에 힘을 쏟다니, 그러니 노벨상을 못 받지” 등의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한중일 삼국지는 한국과 중국, 일본 네티즌들의 상대국에 대한 실시간 반응을 담는 코너입니다. 지리적으로는 가까운 이웃 국가이지만 역사적으로는 결코 반갑지만은 않았던 한중일. 21세기 인터넷 시대에도 이들의 애증 어린 관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