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비만의 역설… 과체중일수록 뇌경색 증상 가볍고 예후도 좋다

입력 2015-08-11 17:42
‘약간 뚱뚱한 사람이 오래 산다’는 이른바 ‘비만의 역설(逆說)’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또 나왔다. 과체중일수록 뇌경색이 가볍게 발생하고, 예후도 좋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는 부천성모병원 신경과 김예림 전임의팀과 함께 2002년 10월~2013년 5월 급성 뇌경색으로 입원한 2670명을 연구했더니 비만도가 가장 높은 환자는 가장 낮은 환자보다 뇌경색이 중증일 확률이 3분의 1에 불과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비만도를 나타내는 체질량 지수(BMI)에 따라 21.2㎏/㎡ 이하, 21.2∼24.0㎏/㎡, 23.1∼24.5㎏/㎡, 24.6∼26.2㎏/㎡, 26.3㎏/㎡ 이상 등 5단계 그룹으로 나눠 초기 뇌경색 강도(NIHSS)를 분석했다. BMI는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NIHSS는 뇌경색 환자의 의식, 신경학적 기능, 운동, 후유증 등을 평가하는 척도다. 연구팀은 0~7점은 경증, 8점 이상은 중증 뇌경색으로 판단했다.

조사 결과 비만도가 가장 낮은 환자 그룹의 중증 뇌경색 발생률을 기준(100%)으로 BMI가 한 단계씩 높아질수록 중증 뇌경색 발생률이 각각 65%, 48%, 39%, 31%로 점점 낮아졌다. 비만도가 높은 환자일수록 치료 3개월 후 예후도 좋았다.

이 교수는 “지방세포에는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렙틴 호르몬’ 뿐 아니라 혈관을 건강하게 만드는 ‘아디포넥틴’이란 호르몬도 나온다”면서 “과체중이거나 ‘건강한 비만’인 사람에게는 아디포넥틴이 더 많이 나와 뇌경색 증상을 완화하거나 염증을 줄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뚱뚱한 사람이 고혈압, 당뇨병 등 ‘뇌혈관 위험인자’를 더 적극적으로 조절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