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마저 포기해야 하는 7포 세대… 이정현 주연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입력 2015-08-11 14:42

이정현(35)이 주연을 맡은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청년층의 암울한 현실을 풍자한 블랙코미디다. 취업난과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로 인해 연애·결혼·출산뿐만 아니라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 희망과 꿈마저 포기해야 하는 ‘7포 세대’를 소재로 삼았다.

엘리트의 삶을 꿈꾸던 고등학생 수남(이정현)은 타고난 손재주로 14개에 이르는 자격증을 취득한다. 그러나 이내 컴퓨터의 등장으로 자신이 생각했던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간신히 공장에 취직하게 된다. 수남은 공장에서 장애가 있는 남편을 만나 결혼한다.

남편을 간호하면서도 내 집 마련을 위해 수남은 신문배달, 청소, 식당 보조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한다. 하지만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열심히 일하던 수남에게 돌아오는 것은 치솟는 물가에 나날이 쌓이는 빚뿐이다.

영화는 언제나 성실한 수남을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상한 나라를 다녀온 앨리스에 빗대며 사회현실을 풍자한다. 배우이자 가수인 이정현이 1996년 장선우 감독의 ‘꽃잎’으로 데뷔한 이후 20년 만에 단독 주연을 맡았다.

이정현은 여전히 앳된 얼굴과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캐릭터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이번 영화에 노 개런티로 출연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제작비 3억원의 저예산 독립영화이기도 했지만 돈보다 ‘배우의 한’을 풀어야겠다는 의지가 앞섰기 때문이다. 그는 미혼모 역할을 맡았던 ‘범죄소년’(2012)에서도 노 개런티로 출연한 바 있다.

영화사의 캐스팅 제의에 이정현의 소속사에서는 거절 의사를 전달했으나 시나리오를 읽은 박찬욱 감독의 말을 듣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시나리오가 단숨에 읽힐 정도로 좋아 배우로서 연기 욕심이 커지면서 개런티도 전혀 생각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30대 안국진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경쟁 부문 대상을 받았다. 청소년 관람불가. 90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