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 환자 가족 10명 중 3명은 ‘공동 의존’ 증상…혼자 아닌 ‘가족병’

입력 2015-08-11 12:08
흔히 ‘알코올 중독’으로 불리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 가족 10명 중 3명꼴이 ‘공동 의존’ 성향을 보여 치료를 어렵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 의존은 알코올 의존처럼 반복되는 문제가 있는 사람의 행동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도록 내버려 두는 동시에 자신은 그 사람의 행동을 묵인하든, 강압적으로 다루든, 전적으로 희생하는 식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성향의 정신 심리학 용어다.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은 지난 6월 9일부터 7월 11일까지 알코올 의존증 환자와 함께 생활해 온 10~80대 가족 100여명을 조사한 결과, 27명(27.3%)이 ‘공동 의존’ 증상을 나타냈다고 11일 밝혔다. 일부는 공동 의존을 판단하는 점수(자가진단표상 39점 이상이면 공동 의존 상태로 판단)가 치료가 요구되는 수준인 60~80점 정도로 높게 나왔다.

공동 의존은 실제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가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알코올 환자가 일정 기간 금주와 폭주를 반복하면서 가족들을 괴롭히는 상황에 익숙해진 가족들은 이런 어려운 상황을 도피해야 한다는 감정과 동시에 가족으로서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양가 감정을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올바른 판단이나 결정을 하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환자의 음주 진행을 막지 못하게 된다.

조사결과,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겪는 문제 1위는 ‘우울, 자살충동, 불안’ 등의 정신적 고통으로 절반 가까운 48.9%를 차지했다. 이어 가족 해체 및 갈등(21.2%), 경제적 어려움(15.3%), 신체 건강 악화(13.9%) 순이었다.

또 응답자의 97.4%는 ‘알코올 의존 환자의 술 문제를 병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으며 환자 스스로 술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85.5%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69.7%는 가족의 노력만으로 알코올 의존증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고 답해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인식했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무형 원장은 “많은 가족들이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위해 병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인식과는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면서 “예컨대 퇴원을 시켜주면 술을 마시지 않고 잘 하겠다는 환자의 말에 마음이 흔들려 아직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중도에 퇴원시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질병 치료에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알코올 의존증 치료에 있어서 가족의 역할을 특히 중요하다. 가족의 행동이 환자의 음주 행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조장하거나 때로는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알코올 의존증은 환자 환자만의 병이 아니라 가족의 병이라는 설명이다. 다라서 환자의 알코올 의존증 치료와 함께 반드시 가족들도 자신들의 상태에 제대로 점검하고 전문적인 교육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