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환자 가족들 경제적 정신적 부담 커 지원책 마련 시급하다

입력 2015-08-11 10:50

파킨슨병 환자 간병이 가정경제 및 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미쳐 이들을 도울 사회적, 제도적 지원정책 개발이 시급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파킨슨병협회(회장 최진경)는 지난 4월 23일부터 6월말까지 국내 파킨슨병 환자 보호자 121명을 대상으로 ‘파킨슨병 환자 보호자 투병관리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조사결과 파킨슨병 환자의 간병으로 인해 보호자 5명 중 한 명(19.8%)은 직업을 포기했고 사회생활에도 큰 제약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부담은 특히, 유병기간 10년 이상인 환자 보호자일수록 심했다. 10명 중 약 3명(29.8%)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간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보호자의 직업과 사회생활에도 심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애기다.

간병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선택의 폭이 좁아졌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중증 환자 보호자의 60.7%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렇듯 보호자의 직업이나 사회생활의 제약은 결국 경제적으로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간병 전과 달라진 삶의 변화에 대해 보호자 10명 중 7명(67.8%)이 간병 후 ‘환자 치료에 대한 경제적 부담감이 생겼다’고 응답했다.

이 역시 경증 환자 보호자의 경우 64.3%가 경제적 부담이 생긴 것으로 답한데 반해, 증증 환자 보호자는 75.4%가 경제적 부담이 생겼다고 답했다. 질환의 중증도가 심해질수록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 역시 가중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중증 환자 보호자의 77%는 돈 문제를 걱정하고 있었고, 62.3%는 ‘빚지는 게 걱정이 된다’고 응답했다.

파킨슨병 환자 보호자들은 또한 이런 경제적 부담과 더불어 간병으로 인한 스트레스(47.1%)와 우울함(39.6%) 등 정신적 부담도 함께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 파킨슨병 환자 보호자의 경우 59%, 즉 10명 중 6명이 ‘간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54.1%는 ‘간병으로 인해 우울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심지어 10명 중 4명(42.6%)은 ‘간병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녹초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이들 두 명 중 한 명 이상(52.1%)이 충분한 심리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간병에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을 다 받았다’고 응답한 보호자는 10.7%에 그쳤고, ‘간병에 필요한 도움과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다’고 답한 비율도 38.8%에 달했다.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 손영호 회장(연세의대 신경과 교수)는 “국내 파킨슨병 환자 가족들의 경제적, 정신적 부담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확인할 수 있다”며 “제도적 지원이 하루 빨리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파킨슨병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는 남녀비율이 48.8%대 41.3%로 비슷했으며, 이들 중 66.1%가 배우자였다. 조사대상 파킨슨병 환자들의 유병기간은 평균 9.8년, 평균연령은 62.6세였다. 간병 보호자들의 평균연령은 60.1세였다. 중증 환자 보호자의 1일 평균 간병 시간은 6시간49분으로, 경증 파킨슨병 환자 보호자의 2시간55분보다 약 2.3배 더 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