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얼마나 자르겠다는 건가” 野,공천 개혁안 의총 뒤숭숭

입력 2015-08-10 19:46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10일 국회의원 평가방식 결정을 위한 설문을 실시하는 등 본격적으로 '공천 물갈이' 준비 작업에 들어가면서 당내는 온종일 뒤숭숭한 모습이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공천개혁안 논의를 위해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의원들 사이에서는 혁신위 안에 불만이 쏟아졌다. "얼마나 현역의원을 자르겠다는 것이냐"며 불안감을 드러내는 의원들도 있었다.

의총에서는 권역별비례대표제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안도 논의 주제로 올라왔으나, 사안마다 의견이 중구난방식으로 갈렸다. 일각에선 지도부 전략에 대한 비판까지 터져나왔다.

이날 의총에서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국회의원 평가지수 결정을 위한 설문조사지를 공개하자 장내는 크게 술렁였다.

혁신위는 여론조사, 다면평가, 선거기여도 등 항목을 제시하고서 "원하는 항목별 비중이나 적용방식을 적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주관식 설문을 통해 의원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하겠다는 의도를 부각시킨 것이다.

그러나 혁신위의 설명을 들은 의원들은 앞다퉈 개혁안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그동안 적용되지 않았던 항목들이 추가된 것을 두고 "이를 추가한 이유가 뭐냐. 현역의원을 자르기 위해서냐"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 의원은 "그래서 얼마나 자르겠다는 거냐"고 노골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지나치게 기준이 모호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선거기여도' 항목을 예로 들어 "현역 의원이 총선 당시 50%를 득표했다면 그 지역 다른 선거에서도 50%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불신에서 생겨난 지표"라고 비판했다.

전 최고위원은 "당의 단합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유대운 의원을 포함한 다수 의원들은 다면평가 등 '정성적' 성격의 항목을 어떻게 계량화 할 수가 있느냐며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문제점을 우려했다.

혁신위 측은 "계량화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알고 있다"고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보정할 수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특히 혁신위는 혁신위원들이 평가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면서 "특정 그룹이나 선수(選數)를 물갈이 한다는 것도 근거없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공천 개혁안에 모두의 신경이 집중되면서 정작 이날 탈당을 선언한 박기춘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여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에서는 또하나의 의제인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지만 사전에 의견교환이 전혀 안된 탓인지 논의가 수렴되지 않은 채 각기 다른 의견이 터져나왔다.

의총이 시작되자마자 문 대표는 "정수확대 없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총의를 모아달라"며 당론 채택을 당부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한 입장을 살펴달라"고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조경태 의원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발언에 나서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조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가 '가르마'를 타는 방식으로 해서는 공정한 토론이 될 수 없다"며 "권역별 비례대표로 지역주의를 완화한다는데, 차라리 문 대표가 총선에서 부산에 출마해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서는 더 크게 의견이 갈렸다.

문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여야 테이블에서 논의하자며 '일괄타결안'을 주장했고, 강기정 의원도 "20% 전략공천을 유지하며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면 '계파안배' 등 비판을 상쇄할 수 있다"고 문 대표를 거들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이번 정치개혁에서 이 내용을 다뤄야 하는가"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보여, '투톱'간 이견을 노출했다.

오픈프라이머리가 18대 국회에서 당론이었는지를 두고도 의견이 대립했다.

최규성 의원은 "오픈프라이머리는 문 대표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이라며 "호남에서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오픈프라이머리를 수용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 원내대표는 "당시 당론까지는 아니었다. 논의가 성숙되지 않은 단계였다"고 반박했다.

의총 후에도 김영록 수석 대변인은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오픈프라이머리를 대여협상에서 일괄타결하기로 했다"면서 당론으로 채택됐다고 설명했으나,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찬성의견이 많았다"면서도 "당론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하는 등 온도차를 보였다.

물론 박 원내대변인도 이후 사실상 당론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하긴 했지만, 깔끔하게 정리되는 모습은 아니었다.

선거제 개편 논의 과정에서 지도부의 전략적 판단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의락 의원은 "의원정수 확대를 얘기하다 국민의 비판을 받으니 놀라 다시 정수를 늘리지 않겠다고 했다"며 "이런 모습을 보이면 신뢰가 깨진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