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에겐 대북 확성기 방송이 쥐약” 신세대 북한군 동요 심각...개성까지 청취 가능

입력 2015-08-10 18:25

"대북 확성기방송은 북한군에게는 골칫거리이자 쥐약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004년 북한이 확성기 방송 철거를 한창 요구할 때 당시 남북장성급회담에 관여한 군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의 위력을 이같이 평가했다.

사소하게는 '오늘의 날씨'부터 깊숙하게는 북한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는 소식까지 거침없이 내보내는 방송 내용에 최전방에 근무하는 북한군 신세대 병사들이 크게 동요했기 때문이다.

주체사상과 우상화 교육 등으로 세상물정 모르고 갓 입대한 병사들에게 들려오는 외부 세계의 뉴스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던 것이다.

지난 2004년 평안북도 용천역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당시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이 뉴스가 나간 적이 있다.

최전방에 근무한 북한군 병사들이 집에 안부 편지를 쓰면서 이 소식을 편지에 담았고 나중에 부대 검열에서 걸려 문제가 됐다는 일화도 있다.

확성기 방송으로 "인민군 여러분, 오늘 오후에 비가 오니 빨래 걷으세요"라는 내용으로 일기예보를 하면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북한군 부대에서 실제 빨래를 걷었다고도 한다.

1962년부터 확성기 1기당 500W(와트)급 48개의 대형 스피커를 통해 고막을 찢을 듯한 고성으로 시행되던 대북 확성기 방송은 2004년 6월 16일 남북 합의에 따라 중단됐다.

1974년 7·4남북공동성명 발표 이후 중단됐다가 1980년 북측에서 먼저 재개한 데 대해 남측에서 대응한 것을 계기로 재개됐다가 중단됐던 것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북한이 군사분계선 일대 선전수단 중단과 철거를 요구한 핵심 수단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었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외부 세계의 소식을 매일 최전선 북한군 부대와 마을을 대상으로 전파했기 때문이다. 이런 위력 때문에 북한은 남북장성급회담 등을 통해 철거를 집요하게 요구했다.

북한은 확성기 방송이 한 밤 중 개성지역까지 들린다며 중단을 요구해 결국 2004년 6월 장성급회담에서 중단 합의를 이끌어 냈다. 확성기 방송은 출력을 최대화할 때 야간에 약 24km, 주간에는 약 10여km 거리에서도 방송 내용을 들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에 따른 5·24조치로 재개 방침을 세웠다.

이후 군사분계선(MDL) 지역 11개 소에 확성기 방송 시설을 설치했으나 실제 방송은 북한의 태도를 봐가며 시행키로 하고 유보 중이었다.

그러나 군은 북한이 목함지뢰로 도발한 서부 및 중부 전선 2곳에서 10일 오후 5시 이후부터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방송 시간은 부정기적이다.

나머지 10개 지역에서 전면적으로 언제 방송을 재개할지는 아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확성기 방송과 전단지, '자유의 소리'라는 FM 방송은 우리 군의 대표적인 대북 심리전 수단이다. 이 가운데 확성기 방송의 위력이 가장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