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북한의 도발양상…악화일로 남북관계

입력 2015-08-10 17:09

지난 4일 발생한 비무장지대(DMZ) 내 목함 지뢰 폭발사건은 우리 군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북한 도발 사례다. 북한은 2010년 잠수정 어뢰로 군함을 침몰시킨 천안함 폭침 사건과 방사포로 연평도롤 포격한 사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소형 무인기를 청와대 상공에 침투시켰다. 그러다 이번에는 지뢰탐지기로조차 매설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목함 지뢰를 우리군 경계소초(GP) 통문에 매설하기까지 한 것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경색된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진화하는 도발, 북한 뭘 노리나=2000년대 이후만 살펴봐도 북한의 도발은 항상 우리 군의 허점을 파고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천안함 폭침 당시 군은 수심이 낮은 서해에서 북한 잠수정이 침투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겼지만, 북한은 이런 예상을 보기좋게 깼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지뢰 도발사건은 천안함 공격 양상과 비슷하다. 어뢰가 지뢰로 바뀌었을 뿐”이라며 “눈치 채지 못하게 은밀하게 접근해 위험물질을 심어놓은 게 두 사건 모두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뢰 도발로 우리군의 대응 부담도 가중시켜놨다. 군은 수차례 해상교전이 벌어진 서해북방한계선(NLL) 인근 감시정찰에 이어 DMZ 감시정찰까지 강화해야하는 상황이다. 어느 곳에 지뢰를 매설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수색작전도 큰 부담이다. 우선 지뢰탐지기를 동원해 수색지역을 파악해야 해 신속한 작전전개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군사문제 전문가들은 “DMZ는 유사시 작전전개를 위해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벌어질 수 있는 지역”이라고 했다.

북한의 의도는 다음 주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훈련을 앞두고 남한에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의 도발 위협이 ‘수사’가 아니라 실제 행동이라는 점을 과시하려 했다는 것이다. 북한군의 목함 지뢰 매설 시기는 지난달 26일에서 지난 1일 사이로 추정된다. UFG를 앞둔 시점이다. 이날도 북한은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UFG를 “가장 도발적이며 침략적인 북침 핵시험 전쟁”이라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북한 중앙정부 차원에서 계획된 게 아닐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일선부대에 ‘실전적인 훈련’을 강요하다 보니 북한군 최전방 부대에서 ‘보여주기 식 충성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배경이 DMZ에서 새로운 형태의 도발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하나의 악재, 우리측 대북 심리전 재개=이번 북한의 도발은 남북관계를 악화일로로 몰아갈 게 분명하다. 군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대북 심리전 재개라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북한이 가장 불편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우리 군의 대남심리전이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사건이후 우리군 대북방송을 재개하겠다고 밝히자 방송시설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었다. 그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사안이다.

또 북한이 추가로 도발할 가능성도 크다. 노동당 창건 70주년인 10월 10일을 전후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67m높이의 대형 장거리 미사일 발사대를 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문제전문가들은 “지뢰매설이 불어온 찬바람이 남북관계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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