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10일 한위수(58·사법연수원 12기)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의 비상임 인권위원직 연임을 발표하면서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반대가 거세다. 약자가 아닌 강자를 변호해온 한 변호사의 연임을 철회하라는 주장이다.
한 변호사는 사법고시 21회 출신이다. 서울지법과 서울고법 판사,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헌법재판소 연구부장, 대구고법과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2009년부터 2년 동안 제5대 한국언론법학회 회장을 맡았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12년 8월부터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 인권위원을 맡아왔다. 인권위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인권위원으로서 한 변호사가 헌신적으로 일한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변호사가 항상 강자를 대변해 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8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로 퇴직한 후 거대 로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면 주로 강자들을 변호하는 사건을 맡았다는 것이다.
그는 2013년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최태원 SK 그룹 회장의 항소심 대리를 맡았다. 김앤장법률사무소가 1심을 맡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구원투수’ 격으로 한 변호사를 선임한 것이다. 그러나 결국 최 회장은 유죄 판결을 받고 2년 7개월째 복역중이다.
한 변호사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의 사기극으로 불리는 조희팔 사건 관계자를 변호하기도 했다. 조희팔은 의료기기 대여업 등으로 고수익을 낸다며 2004년부터 5년 동안 4만~5만명의 투자자를 끌어모아 4조원 가량을 가로챈 뒤 2008년 12월 중국으로 밀항해 달아났다. 한 변호사는 조희팔의 은닉재산을 관리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현모(52)씨의 변호인을 맡았다. 지난 1월 조희팔피해자단체는 성명을 내고 “변호사가 어떤 사건을 맡느냐는 본인의 판단에 맡길 문제이지만 조희팔 일당의 민사, 형사 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중책을 맡는 건 국민의 법 감정에 어긋난다”고 강하게 항변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판사 시절 “캐디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리거나,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의혹을 보도한 MBC PD수첩에 대한 민사 소송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측 변호인을 맡았다.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인터넷 언론사 대표의 헌법소원과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변호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인권단체들이 대법원에 공개적인 인권위원 인선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보냈지만 이를 무시하고 유임했다”며 “국제조정위원회(ICC)의 권고 이행을 위한 최소한의 인선기구 마련이 없는 이번 유임은 한국의 인권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 비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강자만 변호?' 한위수 인권위 상임위원 논란
입력 2015-08-10 1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