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최약체 日축구 뺨 때린 영국… EPL 일본인 비하 논란

입력 2015-08-10 15:05 수정 2015-08-10 15:18
야후 재팬 골닷컴 기사 화면촬영

울고 싶은데 뺨까지 맞았다. 2015 동아시안컵 졸전으로 침울한 일본 축구팬들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전해진 ‘일본인 비하’ 논란으로 억눌렀던 울분을 터뜨렸다.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은 10일 잉글랜드 레스터시티 공격수 제이미 바디(28·잉글랜드)의 일본인 비하 발언으로 요동쳤다. 스포츠 섹션의 헤드라인과 많이 본 기사 목록은 오전까지 동아시안컵과 관련한 기사들로 가득했지만 오후부터 바디의 발언으로 교체됐다.

바디는 지난달 소속팀의 연고지역인 영국 레스터 시내 카지노에서 국적이 알려지지 않은 아시아계 손님과 도박하면서 “잽”(Jap)을 연호했다. 잽은 미주·유럽에서 일본인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레스터는 영국에서 아시아계 이주민이 많은 도시 중 하나다. 바디의 일본인 비하는 상대를 도발해 도박을 승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이런 사실은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이 인터넷으로 퍼지면서 드러났다.

레스터시티는 일본의 간판 공격수 오카자키 신지(29)의 소속팀이다. 바디가 팀 동료의 국적을 의식하지 않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은 사실을 전해들은 일본 축구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더욱이 일본 대표팀이 한국, 중국, 북한과 싸운 동아시안컵에서 단 1승도 없이 최하위(2무 1패)로 주저앉아 깊은 상실감에 빠진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거진 이번 논란은 분노를 가중했다.

일본 축구팬들은 “동아시아에선 최약체로, 유럽에선 멸시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세계적인 웃음거리인 축구를 이제 그만 두는 건 어떨까” “일본 축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식으로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선수가 해외에서 무시를 당해도 세계 축구계에서 존재감을 증명하지 못하니 항의할 곳도 없다”고 했다.

바디는 사과했다. 바디는 영국 스포츠채널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내 행동을 후회한다. 잘못된 행동이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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