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올릴 사진 한 장 때문에... ‘위험천만’ 셀카 사고 세계 각지에서 그칠 줄 몰라

입력 2015-08-10 15:34

9일 오후 3시쯤(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남서부 라페로우즈 해변 상공에 소방헬기가 출현했다. 지상에는 겁에 질린 관광객과 경찰, 소방 인력 수백명이 뒤섞였다. 파도에 휩쓸려 사라진 한 중국인 유학생(24) 때문이었다. 시드니모닝해럴드 등 현지 언론은 이날 피해학생이 사진을 찍다 파도에 휩쓸려 익사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장소에서는 한국 젊은이들도 위험한 사진을 자주 찍는다. 시드니모닝해럴드는 같은 장소에서 위험한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다며 한국인 소유로 추정되는 계정 2개를 소개했다. 기사에 소개된 인스타그램 계정의 사진에서는 젊은 남성이 절벽에서 균형을 잡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고 당일 찍힌 이 사진들에는 #여행, #일상 등의 한글 해시태그도 함께 올라있다. 실제로 해당 장소를 뜻하는 #laperouse 해시태그에 올라온 ‘위험 셀카’ 중 상당수가 한국인 계정에 올라온 사진이다.

하루 전인 8일 스페인에서는 셀카 때문에 황당한 사고가 벌어졌다. 스페인 톨레도 지방의 비야세카데라사그라 마을에서 벌어진 전통축제에서 황소에 쫓기던 한 남성(32)이 셀카 동영상을 찍다 황소 뿔에 목이 들이받혀 사망했다. 목격자들은 사고 당시 해당 남성이 휴대폰을 허공에 높이 든 채 달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4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키예프 구간을 달리던 열차 위에서 14세 소녀가 플래시 동영상을 찍다 추락사했다. 지난달 22일에는 필리핀에서 한 여성이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셀카를 찍다 지나가던 오토바이에 치여 사망했다. 지난 5월에는 루마니아에서 한 여성(18)이 기차 위에 올라 페이스북에 올릴 셀카를 찍다 근처 전선에 흐르던 2만7000볼트 전기장에 감전사했다. 주로 10~20대 젊은이들이 SNS 계정에 올릴 사진을 찍다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많다.

셀카를 찍다 사망한 전 세계적인 통계는 아직 없다. 지난달 러시아경찰 발표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에서만 100건이 넘는 ‘위험 셀카’ 사고가 일어나 1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에서는 위험 경고하는 포스터를 배포하는 등 안전 캠페인을 실시하기도 했다. 모스크바시에서는 지붕에 올라가 사진을 찍어대는 여행객들을 막기 위해 지붕마다 표지판을 설치했다.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러시아 자유민주당 당수는 위험한 셀카를 찍는 청소년의 학부모에게 벌금을 물리는 법안을 내놓기도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