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1사단이 9일 언론에 공개한 이달 4일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 사고 영상은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한 이 영상에는 1사단 수색대원 김모(23) 하사의 발목 절단으로 이어진 2차 지뢰폭발 장면이 담겼다.
김 하사는 불과 5분 전 DMZ 추진철책 통문 밖에서 1차 지뢰폭발로 두 다리를 크게 다친 하모(21) 하사를 후송하다가 변을 당했다. 추진철책은 DMZ 안에 있는 소초(GP)들을 잇는 철책으로, 북한군침투를 막고 우리 군의 수색작전을 용이하게 하는 데 쓰인다.
당시 TOD로 DMZ를 감시하던 병사는 1차 지뢰폭발음을 듣고 급히 TOD 방향을 사고 현장으로 돌려 2차 폭발을 촬영할 수 있었다. TOD 영상 속 수색대원들은 전우 2명이 잇달아 쓰러진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후송작전을 펼치는 모습을 보였다.
사고를 조사한 안영호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 부단장(육군 준장)은 “단 한 명의 수색대원도 숨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전우의 구출과 전투 대형 유지를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육군 1사단은 이날 MDL과 440m 떨어진 곳에 있는 사고 현장도 언론에 공개했다. 지뢰폭발은 우리 군 수색대가 드나드는 추진철책 통문 바로 바깥쪽(북쪽, 1차 폭발)과 안쪽(남쪽, 2차 폭발)에서 발생했다. 수색대원의 발이 놓이는 곳에 지뢰가 묻혀 있었던 것이다. 목함지뢰가 빗물에 떠내려온 것이 아니라 북한군이 우리 군 수색대를 겨냥해 매설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게 하는 대목이다.
1사단 수색대는 지난달 22일에도 이 통문을 통과했으나 모두 무사했다. 북한군이 지난달 말 이곳에 목함지뢰를 파묻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목함지뢰 2개가 한꺼번에 터진 1차 폭발의 화구(폭발로 움푹 패인 곳)는 가로 117㎝, 세로 90㎝, 깊이 19㎝에 달했다.
사고 현장 주변은 알갱이가 꽤 굵은 '마사토'로 덮여 있었다. 손으로 땅을 파보니 야전삽 같은 장비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지뢰를 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통문 아래쪽에는 폭이 15㎝쯤 되는 틈이 있었다. 합동조사단은 북한군이 이곳으로 손을 집어넣어 목함지뢰 1개를 파묻은 다음 통문 북쪽에 지뢰 2개를 매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길목에서 OP의 감시 범위에 들어오는 구간은 약 10여m로, 녹음을 이용해 상체를 숙이고 기동하면 카메라에 잡히는 시간은 3∼4초 밖에 안된다는 것이 합동조사단의 설명이지만 완벽한 사각지대가 아닌데도 북한군을 놓쳤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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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10 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