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해킹 현안과 관련해 자살한 국정원 직원 임모 과장이 발견되기 40여분 전 또 다른 국정원 A직원이 수색 현장에 미리 와 있던 장면이 구급차 블랙박스 영상이 포착됐다. 또 국정원이 임 과장의 위치 추적이 끝난 뒤에도 휴대전화에 연결된 특수장치를 작동시켜 자료를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9일 보도채널 JTBC에 따르면 사건 당일 구급차의 블랙박스 영상에서 국정원 A직원은 119구급대원들이 임 과장의 수색 회의를 진행하기 이전부터 수색 회의 현장인 버스 정류장 근처에 차를 대기하고 있었다. 반바지 차림을 한 A직원은 흰색 차량에서 내려 구급대원들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는 모습도 영상에 포착됐다고 JTBC는 전했다.
JTBC는 팔을 휘저으며 무언가를 설명하고, 계속해서 어딘가를 가리키고, 휴대전화와 문서를 보여주는 A직원을 두고 “임 과장의 위치 추적과 관련된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남성은 이후 마티즈 차량이 발견되기 전까지 40여분간 구급대원들과 총 3차례 통화하며 지속적으로 수색 상황을 공유했다”며 “구급차는 오전 11시 55분 사건 현장에 도착했고, 구급대로부터 연락을 받은 국정원 직원은 8분 뒤 다시 나타난다”고 전했다.
JTBC는 또 국정원이 임 과장의 휴대전화에 설치된 특수장치(MDM)을 통해 자료를 삭제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국정원은 MDM을 3차례 작동시켜 임 과장에 대한 위치 추적을 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국정원은 임 과장을 찾았다는 소방대원의 연락을 받은 후에도 다시 한번 MDM을 작동시켰다.
JTBC은 “MDM에는 위치추적 기능뿐 아니라, 휴대전화 원격 자료 삭제 기능이 포함돼 있다.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 운영 자료를 삭제하기 위해 MDM을 썼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먼저 와있던 반바지 국정원 직원” 블랙박스 포착
입력 2015-08-10 07:34 수정 2015-08-10 1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