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별 자기소개서 자율문항은 ‘여자친구’와 같다

입력 2015-08-09 22:38
글로벌이코노믹 김범수 교육전문기자

서울대·연세대·서강대 등 자소서에 지원동기 안 밝히면 탈락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자기소개서 때문에 고민이다. 각종 설명회와 인터넷, 방송 등에서 정보를 찾아보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증은 풀리지 않는다. 인(IN) 서울 대학 자기소개서 쓰기의 비밀 저자인 김범수 교육전문기자에게 ‘합격하는 자기소개서 쓰기의 비밀’에 대해 들어본다.

-대학별 자율문항은 무엇인가?

“대입 자기소개서는 대학교육협의가 지정한 공통양식을 사용하지만 자기소개서 4개 문항 중 공통문항은 3개다. 나머지 한 문항은 대학 자율문항이다.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출제하는 자기소개서 문항인 것. 지난해 서울지역 주요대학별 자율문항은 다음과 같다.

가. 서울대

고등학교 재학 기간 또는 최근 3년간 읽었던 책 중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책을 3권 이내로 선정하고 그 이유를 기술하여 주십시오.

▶ ‘선정 이유’는 각 도서별로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500자 이내로 작성

▶ ‘선정 이유’는 단순한 내용 요약이나 감상이 아니라, 읽게 된 계기, 책에 대한 평가, 자신에게 준 영향을 중심으로 기술

나. 연세대

고교 재학 중 진로 선택을 위해 노력한 과정 또는 개인적 어려움이나 좌절을 극복한 과정을 사례를 들어 기술

다. 서강대

4. 아래의 주제를 선택하여 자유롭게 기술하시오(복수 선택 가능, 총 1000자 이내)

□ 지원자의 환경(가정, 학교, 지역, 국가 등)적 특성이 지원자의 삶에 미친 영향

√ 최근 3년 간 지원자의 개인적 관심 또는 역량계발에 대한 경험적 사례

□ 기타(자유롭게 주제를 정하여 기술)

라. 경희대

4. 지원자의 1)교육환경(가족, 학교, 지역 등)이 성장과정에 미친 영향과 2)지원학과에 지원한 동기, 입학 후 3)학업(진로)계획에 대해 기술하시오(1000자 이내)

마. 한국외대

4) 지원동기와 학업계획을 중심으로 자신의 향후 진로에 대해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대와 연세대, 서강대 자율문항과 경희대와 한국외대 자율문항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와 경희대, 한국외대의 자율문항을 비교해 보면 분명한 차이점이 하나 보인다. 서울대와 연세대, 서강대는 지원동기를 묻지 않는다. 하지만 경희대와 한국외대는 지원동기를 묻고 있다.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예컨대 서울대와 연세대, 서강대를 지원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쓴다고 하자. ‘이들 대학의 4번 문항을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물음에 열에 아홉은 ‘문항이 요구하는 조건대로 내용을 채울 것이다!’라고 답한다. 하지만 그러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진다.”

-문항이 요구하는 조건대로 내용을 채우면 왜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나?

“자기소개서와 여자친구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질문의 속내를 모르고 겉만 보고 대답할 경우 예상외의 결과가 나타나 난처해 질 수 있다’라는 공통점 말이다. 어떤 CF를 보니 남자친구에게 갑자기 ‘나 살 찐 것 같지?’라고 묻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때 남자친구의 표정이 아주 복잡해지더라. ‘응, 너 살쪘어’라고 말하면 ‘기분 나쁘다’라는 대답이 돌아올 곳이고 ‘아니’라고 하면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라는 대답이 돌아올 수 있으니 곤혹스러운 것이다.

자기소개서 자율문항도 마찬가지다. 자기소개서 1번부터 3번까지의 공통문항을 살펴보면 지원동기를 묻는 항목은 없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적지 않은 수험생들이 자기소개서 질문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서울대와 연세대, 서강대의 경우처럼 지원동기를 묻지 않는 대학의 자기소개서를 쓴다면 지원자 대다수는 지원동기를 담지 않을 것이다. 대학이 지원동기를 쓰라고 요구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자율문항은 ‘여자친구와 같다’라고 표현한 거다. 겉으로는 ‘지원동기를 묻지 않지만 실제로는 지원동기는 자기소개서의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겠지’라는 거다.

-예를 들어 설명해 달라.

“서울대의 사례를 들어주겠다. 서울대를 지원한 수험생 중 지원동기를 자기소개서에 담지 않은 경우는 결과가 좋지 못했다. 많은 숫자가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가 대박이다. 자기소개서에 지원동기가 없어서다. 자기소개서에 지원동기를 묻지는 않았지만, 자기소개서에 지원동기를 담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별 자율문항이 지원동기를 묻지 않아도 여러분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지원동기를 담아내야 하는 것이다.”

2016학년도 대입 자기소개서 쓰기와 대학별 수시모집 전형요강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와 자기소개서 첨삭서비스 신청은 필자가 운영하는 '행복한 11월의 목소리' 카페()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문의:아이플러스컨설팅 1661-9286).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