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으로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 규제에 나선 호주 정부가 자국 내 주택을 ‘불법 취득’한 외국인들에게 잇따라 매각 명령을 내렸다.
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조 호키 호주 재무장관은 최근 시드니, 브리즈번, 퍼스에 위치한 부동산 6곳의 외국인 소유주 5명에게 12개월 내에 해당 부동산을 팔라고 명령했다. 이들 부동산은 한화로 각 13억1150만원에서 160억4860만원 규모에 이른다.
이들은 중국을 비롯한 4개국 출신으로, 구매 당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의 승인을 받지 않았거나, 승인 이후 상황이 바뀌어 구매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라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호주에서는 거주 자격이 없는 외국인은 거주용이나 투자용으로 기존 주택을 살 수 없으며, 임시 거주 외국인은 FIRB의 승인을 받아 구입한 후 비자가 만료되면 곧바로 매각해야 한다.
다만 이번에 적발된 소유주들은 모두 호주 정부가 정한 부동산 불법 취득 자진신고 기간에 당국에 직접 신고한 경우여서 벌금 등 형사처벌은 면제된다.
호키 장관은 “현재 외국인 주택 매매 규정 위반 혐의가 있는 462건의 부동산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조만간 추가로 매각 명령을 내릴 예정이며, 규정 위반자에 대한 처벌 수준도 상향할 것”이라며 엄포를 놨다.
호주 정부는 최근 몇 년 사이 집값이 급등하면서 외국인의 부동산 구매를 점점 더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 투자자들로부터 흘러들어온 돈이 집값 상승을 부추겨 부동산 시장이 감당 못할 수준으로 과열되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다.
지난해 중국의 호주 투자규모는 기존 최대 투자국이었던 미국을 추월해 약 23조7300억원에 이르렀다. 중국인들의 주택 투자가 잇따르면서 호주의 일부 극우파는 중국인의 매입 열기를 '부동산 침공'으로 규정하며 반감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호주 정부는 5년 전 법 개정을 통해 외국인의 주택 구매 요건을 강화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외국인에 주거용 부동산 거래세를 부과하고 불법 취득자에 대해서는 벌금을 물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3월에는 335억원 상당의 초호화 맨션을 구입한 중국인 투자자에 유령회사를 통한 불법 매매라며 이례적으로 매각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호주 “‘불법취득’ 외국인은 당장 집 팔아라”… 매각명령
입력 2015-08-09 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