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중사’ 권하늘(부산상무)이 한국 여자축구에 영원히 남을 대기록을 달성했습니다. 한국 여자축구 사상 처음으로 센트리클럽에 가입했습니다. 센트리클럽은 축구대표팀에서 10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만 가입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자격입니다. 남자축구에서 차범근, 황선홍, 홍명보, 박지성 등 9명밖에 가입하지 못한 대기록 중의 대기록이죠. 어렵지만 영광스러운 기록입니다.
전설은 권하늘이 18세였던 2006년부터 시작됐습니다. 권하늘은 여왕기 고등부 최우수선수상, 한국여자축구연맹 고등부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도하아시안게임 대만전에서 감격적인 A매치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이후부터 꾸준하게 대표팀에 승선했죠. 각종 국제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면서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권하늘은 지금 여자 축구대표팀의 핵심 공격수입니다.
그런 권하늘에게도 넘기 어려운 ‘산’이 있습니다. 바로 북한이죠. 여자 축구대표팀은 2005년부터 한 번도 북한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권하늘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1988년생 동갑내기 라은심과의 대결에서 6번 모두 전패했죠. 권하늘은 지난 8일 북한과의 2015 동아시안컵 3차전에서 센트리클럽 가입했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출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권하늘은 부산 상무 소속의 중사입니다. 북한과의 대결이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권하늘은 경기를 앞두고 “북한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나에겐 경기장이 전쟁터다. 이겨야 한다”며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센트리클럽 가입은 물론 우승을 위해서라도 A매치 100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고 싶었을 겁니다.
그러나 10년 만의 동아시안컵 우승 도전은 무산됐습니다. 우리나라는 북한에 0대 2로 져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권하늘은 후반 11분 장슬기와 교체돼 쓸쓸하게 그라운드를 빠져나갔습니다. 북한과의 상대 전적은 1승 1무 15패로 완전한 열세입니다.
경기를 마치고 그라운드에서는 센트리클럽 가입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권하늘에게 전달됐습니다. 하지만 권하늘은 패배 앞에 기쁨을 만끽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영광스러운 날에 팀이 패배했으니 기쁨보다는 미안함이 앞섰던 것이죠. 센트리클럽 달성을 위해 의미 있는 세리머니를 준비한 동료들도 어딘가 미안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권하늘은 “마음이 아픈 경기”라며 끝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대한축구협회 임직원들과 동료들은 동아시안컵 시상식을 마치고 권하늘에게 기념패와 헹가래를 깜작 선물하며 그의 눈물을 닦아줬습니다.
여자축구는 남자보다 연간 A매치 경기수가 적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권하늘의 센트리클럽 가입이 갖는 의미는 더 특별합니다. 여자축구의 척박한 현실에서 일궈낸 업적이자 영광스러운 기록입니다. 울지 마세요. 권 중사. 당신은 이미 한국 여자축구의 영웅이니까요.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친절한쿡기자] 권하늘 여자축구 최초 ‘센트리클럽’가입, 그녀의 눈물을 기억하며
입력 2015-08-10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