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 방북 일정 마치고 돌아온 이희호 여사

입력 2015-08-09 16:17
곽경근 선임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3박4일의 방북 일정 중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와의 면담을 타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북측이 이 여사 방북일정을 논의할 때부터 김 제1비서와의 접촉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여사 방북을 수행한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는 9일 “이 여사와 김 제1비서와의 만남도 (북측과) 논의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김 제1비서와의 면담을 기대하고 갔지만 성사되지 못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방북 수행단장이었던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은 “(김 제1비서와의 접촉 논의는) 모르는 일”이라며 “이 여사의 귀환 보고 외에는 전할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여사가 김 제1비서를 만나는 문제는 이번 방북의 핵심 관전 포인트였다. 만약 두 사람의 접촉이 성사된다면 냉각된 남북관계를 회복할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접촉은 끝내 성사되지 못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친서 전달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명목상 북한 국가원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이 여사가 북한에 머무를 때 제2 수에즈 운하 개통식 참석차 이집트를 방문 중이었으며, 맹 부위원장의 상급자인 김양건 아태위원장 겸 조선노동당 대남비서 또한 북한 내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일정 중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 외에 다른 인사와의 접촉은 일절 없었다”면서 “우리 정부가 그렇게 만든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정부가 이 여사의 방북을 ‘민간 자격’으로 선을 그으면서 북한 측도 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접촉선을 맞췄다는 것이다.

북측은 형식적으로는 이 여사에 대한 예우를 갖추되 최고지도자인 김 제1비서나 다른 고위 인사와의 공개 접촉을 주선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여사 방북 일정을 수행한 아태위가 명목상으론 민간 성격을 띤 기구라는 점 또한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맹 부위원장은 “이희호 여사님 평양 방문을 환영한다”는 김 제1비서의 인사말만을 전했으며, 이 여사는 맹 부위원장에게 “김 제1비서의 초청과 환대에 감사하고,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김 제1비서에게 전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측이 처음부터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국내의 기대와 달리 북측은 이 여사의 방북을 약속했었기 때문에 이행했을 뿐, 애초 이 여사와 김 제1비서가 면담을 가질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 여사 방북 중의 구체적인 일정과 활동에 관련해서는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어 이 기간에 북한의 다른 고위급 인사와 비밀 접촉을 갖고 향후 남북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메시지를 주고받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 김대중평화센터 측은 “대북 메시지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