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축구,북한에 패했지만 성공적인 세대교체 ‘희망을 쏘았다’

입력 2015-08-09 16:10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선수권대회(동아시안컵)에서 비록 북한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지만 성공적인 세대교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에 따라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한국은 8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북한과의 동아시안컵 3차전에서 0대 2로 패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위 북한을 상대로 시종일관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 전반 22분 북한 윤송미(23)의 프리킥이 수비수 몸에 맞고 굴절되며 첫 실점한 한국은 이후 전반에만 8개의 소나기 슈팅을 퍼부으며 파상공세를 펼쳤으나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정설빈(25·현대제철)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온 게 아쉬웠다. 결국 한국은 후반 7분 북한 에이스 나은심(27)에 추가골을 허용하며 승리에서 멀어졌다.

아쉽게 우승컵을 놓쳤지만 한국이 보여준 모습은 세계 강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당초 최약체로 분류됐지만 홈팀 중국과 2015 캐나다여자월드컵 준우승국 일본을 차례로 격파하며 세간의 평가를 한 번에 뒤집었다.

자연스런 세대교체로 신구조화가 이뤄지면서 얻은 성과였다. 윤덕여 감독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1990년 이후 태어난 선수들을 대거 발탁했다. 이민아(24·현대제철)와 서현숙(23·이천대교), 이금민(21·서울시청) 등을 뽑아 실전에 투입했다.

이민아는 이번 대회 세 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하며 주축 미드필더로 자리 잡았다. 여자 축구 간판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이민아는 적극적인 돌파와 재치 넘치는 패스로 공격을 이끌었다. 순간적으로 상대를 제치는 드리블은 단연 최고였다. 박은선(29·이천대교)에 가려있던 정설빈도 눈에 띄었다. 발목 힘을 앞세운 묵직한 슈팅은 상대 골문을 위협하기 충분했다.

수비에서는 서현숙이 가능성을 보여줬다. 북한전 풀타임을 소화하며 폭발적인 오버래핑과 크로스를 국제무대에서도 유감없이 뽐냈다. 윤 감독은 “한국 여자축구는 저변이 넓지 않아 일본에 비해 선수층이 두텁지 못하다”며 “그래서 현장을 누비며 선수들을 찾았고 이들의 성장이 이번 대회 가장 중요한 소득이다”고 말했다.

‘윤덕여호’는 내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올림픽은 한국 여자 축구에 한번도 허락되지 않은 무대다. 우선 아시아에 단 2장만 주어지는 본선 티켓이 목표다. 윤 감독은 “예선이 시작되는 내년 2월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며 “더 많이 준비해야 하고 선수들도 강팀과의 경기 등을 통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표팀 수문장 김정미(31·현대제철)는 대회 최우수 골키퍼로 선정됐다. 김정미는 북한에 두 골을 내주기는 했지만 앞선 경기에서 여러 차례 슈퍼 세이브를 하며 한국의 선전에 기여했다. 우승팀인 북한 공격수 위정심(18)은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