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일부 원외 '86 인사(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운동권 출신 그룹)'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재기를 위한 물밑 행보에 서서히 나서고 있다.
새정치연합 내 86그룹은 1990년대말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젊은피 수혈론'에 따라 정치권에 진출했지만 원내 대안세력이 되기보다는 유력 정치인의 뒤에서 조력하며 '기생정치'를 해왔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당내에선 이들에게 당선이 쉬운 이른바 '편한 지역구'를 버리고 당세가 취약한 지역에 도전하거나 출마를 아예 포기하라는 이른바 '86 하방론(下放論)'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원외 86 인사들은 권토중래를 꿈꾸며 조금씩 몸풀기에 나선 모양새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인천시장 재선에 도전했다 낙선한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1년 간 중국 칭화대와 대만 정치대학에서 연구교수 생활을 마치고 지난달 1일 귀국한 뒤 정치적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과 28일 인천 지역 당원, 자신의 팬클럽을 대상으로 강연에 나선 데 이어 31일 서울에서 개최된 조봉암 선생 56주기 추모 행사, 이달 1일에는 목포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모 행사에 참여했다.
송 전 시장 측은 "앞으로 인천 이외 지역으로 강연을 넓힐 생각"이라며 "경제와 통일 문제를 다룰 연구소 설립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송 전 시장의 경우 인천 연수구에서 분구가 유력한 송도 지역이나 재판중인 같은 당 신학용 의원의 지역구인 계양갑이 출마 후보지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수차례 대결을 벌인 바 있어 '정치적 맞수'로 통하는 새누리당 안상수 의원의 인천 서·강화을을 꼽는 인사들도 있다.
임종석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지금은 부시장 역할에 충실할 때"라고 말을 아끼지만 내년 총선을 통해 재기를 모색할 86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2012년 한명숙 대표 체제의 사무총장을 맡아 총선 공천 실무를 진두지휘했지만 저축은행 사태와 맞물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고 당내 공천 잡음이 커지면서 사무총장직과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후 자신이 2004년 설립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 일을 수행하면서 여의도와 거리를 뒀고, 지난해 3월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선에 성공하자 정무부시장을 맡았다.
주변에서는 새누리당 이재오 정두언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 서대문을 출마설이 나온다. 박원순 시장과 대립각을 세워온 이노근 의원의 노원갑 출마를 거론하는 인사도 있다.
임 부시장 측은 "임 부시장은 당이 혁신하고 총선에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적극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계 입문 후 부침을 거듭해온 김민석 전 의원은 오는 19일 피선거권 회복을 계기로 여의도 진출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김 전 의원은 2002년 지방선거 때 38세의 젊은 나이에 집권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될 정도로 주목받았지만 같은 해 대선에서 정몽준 의원의 국민통합21로 이적, '철새'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뒤 야인 생활을 계속해왔다.
그는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되며 재기의 길을 걷나 싶었지만 2010년 정치자금법 위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아 '비리 정치인'이라는 멍에까지 짊어진 채 또다시 여의도에서 멀어졌다.
김 전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명 개정, 야권의 신당 창당 움직임과 맞물려 자신이 실질적 대주주로 알려진 원외 정당 '민주당'을 고리로 정치재개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야권발 정계개편이 이뤄지면서 야권에서 야당의 대명사인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놓고 쟁탈전이 벌어질 경우 현재 '민주당' 상표권을 가진 김 전 의원이 전면에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전 의원은 최근 박상천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이 별세하자 줄곧 장례식장을 지켜 야권을 향해 구애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野 원외 86그룹, 원내 진입 모색... 송영길 임종석 김민석, 정계개편 역할론
입력 2015-08-09 0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