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熹·기쁨) ★★☆☆☆
로(怒·화남) ★★★★☆
애(哀·슬픔) ★★★☆☆
락(樂·신남) ★★★★★
평: 정의(正義)여 굳세어라. 류승완 감독의 시원한 외침.
권력에 맞서 정의를 좇는 형사의 이야기.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그럼에도 영화 ‘베테랑’은 뭔가 다르다. 류승완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정의로운 광역수사대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망나니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가 이야기의 축을 이룬다. 설정은 다소 뻔하다. 서도철은 빚에 허덕이면서 도덕의 실현을 위해 발로 뛰는 인물. 넘치는 돈과 권력을 누리며 산 조태오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악행을 일삼는다.
악에 맞서는 현대판 히어로물로 봐도 무방하다. 선과 악의 구도가 명확하다. 모호함을 배제함으로써 메시지는 명료해졌다. 감추고 꼬아서 에둘러 말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허세를 지칭하는 속어)가 없어?” “쪽팔리게 살지 맙시다.”
류 감독은 서도철의 입을 통해 일갈한다. 정의가 힘을 잃어가는 현실과 맞물려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탄탄한 이야기 구조는 공감을 더한다. 아이가 지켜보는 앞에서 굴욕을 당하는 아버지(정웅인) 모습에 분통을 터뜨리지 않을 이가 있을까. 돈과 권력에 의해 진실이 은폐되는 과정은 영화 속 이야기 같지만은 않다.
류 감독은 “정의의 가치는 익숙하고 낡은 것 같지만 보편적이고 변하지 않는다”며 “응원하는 대상이 승리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영화를 통해 그런 통쾌함을 갖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류 감독의 장기인 액션이 빛을 발했다. 초반 카센터와 부산항을 배경으로 한 액션 시퀀스는 서막에 불과했다. 막바지 명동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카 액션은 흠잡을 데가 없다. 시원하게 휘몰아치는 전개 곳곳에 웃음코드를 배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달수 배성우 마동석 등 감초들이 맛을 살렸다.
황정민은 극의 중심을 잡으면서 감독이 주문한 역할을 정확히 수행했다. 비현실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영웅적인 캐릭터에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처음 연기에 도전한 톱모델 장윤주도 제 몫을 해냈다. 도드라져 보이지 않게 역할에 녹아들었다.
돋보이는 이는 유아인이다. 이해의 여지가 없는 악인을 태연하게 연기했다. 첫 악역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소화력이다. 특유의 천진한 소년 같은 마스크가 이렇게 섬뜩하게 보일 줄이야. 이런 재벌 3세가 실제로 있을까 무섭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베테랑’ 흔한 형사물? 류승완을 만나면… 감성퀸의 이성적 리뷰
입력 2015-08-09 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