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비판 블로거 잇따라 피살

입력 2015-08-08 11:35
이슬람 국가인 방글라데시에서 이슬람 극단주의를 비판한 블로거들이 잇따라 살해되고 있다.

방글라데시 경찰에 따르면 닐로이 차크라바티(40)라는 세속주의 성향의 블로거가 7일(현지시간) 오후 수도 다카 시내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괴한들에게 살해당했다. 괴한 5∼6명은 세 들어 살 집을 찾으러 온 것으로 가장해 차크라바티의 아파트로 들어온 뒤 그를 방으로 끌고 들어가 흉기로 여러 차례 찔렀다.

차크라바티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이슬람 극단주의를 비판하고 여성 및 소수자의 권리와 힌두교도 탄압 문제 등을 지적해 왔다. 그는 2013년 이슬람주의 단체가 유포한 ‘세속주의 블로거 84인’ 명단에 포함된 인물로 최근 몇 차례 위협을 받았으며, 최근 블로그와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던 자신의 사진을 삭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몇 시간 뒤 알카에다 관련 단체인 ‘안사르 알이슬람’은 현지 언론사에 이메일 성명을 보내 차크라바티를 자신들이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알라의 허락을 받아 오늘 작전을 수행했으며 신과 그의 사도의 적들에게 전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고 AP와 CNN은 전했다.

방글라데시에선 올해 들어 차크라바티 등 이슬람교에 비판적인 글을 써온 블로거 4명이 잇따라 살해됐다. 지난 2월 동성애 등 민감한 주제를 다뤄온 세속주의 블로거 아비지트 로이가 다카에서 살해됐고, 3월엔 와시쿠르 라흐만이라는 이름의 다른 블로거가 흉기로 난자당해 사망했다. 또 지난 5월에는 아난타 비조이 다스라는 블로거가 살해 위협을 받은 얼마 뒤 긴 칼을 휘두른 복면 괴한의 습격을 받아 숨졌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