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매체 “롯데가 한국기업인지 일본기업인지 관심”

입력 2015-08-07 15:24 수정 2015-08-07 15:25
일본에 체류중이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3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취재진이 질문을 하는 동안 고개를 숙여 롯데 일가 갈등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곽경근 선임기자

“롯데가 일본기업인지 한국기업인지가 관심의 대상이 됐다.”

롯데그룹 등 족벌기업의 승계 분쟁이 한국에서 빈번하게 나타났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일부 매체들이 최근 지적했다.

WSJ는 7일 서울발 기사에서 재벌닷컴을 인용해 한국에서 거대 재벌기업 40곳 가운데서 18개 기업에서 경영권 승계 분쟁이 발생했다면서 최근 롯데그룹의 진흙탕 경영권 분쟁을 자세히 소개했다.

WSJ는 2000년대 초반 현대그룹을 세 갈래로 쪼갠 ‘왕자의 난’을 가장 극심했던 분쟁 가운데 하나로 언급했으며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지분을 더 얻으려는 형제들로부터의 소송에 대응했다고 소개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이지수 변호사는 WSJ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 대기업은 군주제이며 회장직은 왕권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도 지난 3일(현지시간) 한국인들이 재벌가의 경영권 다툼을 익숙하다면서도 이것만큼 관심을 사로잡는 것도 없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롯데그룹의 경우 일본기업인지 한국기업인지의 문제가 많은 관심을 받았고, 재벌 내에서 보통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기업들 간의 관계가 드러나게 됐다고 꼬집었다.

WSJ은 또 족벌기업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대거 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스위스계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시가총액이 10억 달러(약 1조1680억원)가 넘고 가족 보유 지분이 20% 이상인 이른바 족벌기업의 76%가 아시아에 몰려 있어 북미의 6%와 큰 차이를 보인다.

홍콩중문대학교의 조지프 판 금융학 교수는 “아시아 국가에서 가족을 중심으로 구성된 일부 기업들이 신뢰를 심어줬지만, 부패 수준이 상당하고 취약한 수준의 법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판 교수에 따르면 경영권 분쟁은 기업 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의 재벌기업 약 200곳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경영권 이양이 이뤄지는 몇 해 사이에 이 기업들의 가치가 평균 6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으로 지난 6일까지 롯데그룹주의 시가총액도 5일새 2조원이 증발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