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문재인 면전서 안희정에 “가도에 큰 길 열리도록”

입력 2015-08-06 18:53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6일 충남도와의 예산정책협의회를 위해 충남도청이 자리잡은 홍성을 찾아 안희정 지사를 만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자'로 꼽히는 안 지사는 문 대표와 함께 친노 진영의 잠룡으로 분류돼 왔다.

안 지사는 중앙당의 예산 지원 등을 요청하며 몸을 한껏 낮췄지만, 서울에서 내려온 당 인사들은 오히려 너도나도 '안희정 띄우기'에 나섰다.

문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이미 우리 안 지사는 전국 광역단체장 평가에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충남도정을 잘 이끌고 계신다"며 "당이 안 지사와 함께 충남도정의 완벽한 성공을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오후 2시 행사에 30분 가량 지각한 이종걸 원내대표는 "늦어서 죄송하다"며 "안 지사께서 큰 꿈 꾸신 그 길을 시작할 때쯤이면 아마도 (회의를) 1시께, 아니 12시께 해도 저희가 시간 맞춰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농을 던졌다.

으레적인 덕담으로 해석될 수도 있었지만, 문 대표가 전날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일괄타결하자는 이른바 '빅딜론'을 제안한 것을 두고 '투톱'간에 또다시 균열이 감지된 터라 현장에선 미묘한 긴장감이 형성됐다.

이에 바로 옆에 앉아있던 문 대표는 멋쩍은 미소를 띄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충남 예산 확보를 위한 당 차원의 노력을 약속하며 "안지사님의 가도에 큰 길이 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까지 했다.

참좋은지방정부위원장인 신기남 의원도 회의실에 걸린 '충남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표어를 가리키면서 "단순한 표어만은 아닌 듯하다"며 "충남에서 돌풍을 일으킨 기세로 대한민국 전체를 선도하는 때가 오지 않겠나 생각이 든다"면서 안 지사를 한껏 치켜세웠다.

안 지사는 그러나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이 '대권가도로 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른 사람들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저는 잘 못 들었다"고 웃어넘겼다.

비노 진영 일각에서 문 대표가 혁신안이 마련되는 9월께 대표직을 사퇴, 대선주자들로 이뤄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론되는데 대해서도 안 지사는 "당이 전당대회와 당헌당규에 따라 질서있게 움직였으면 한다"고 일축했다.

당헌당규에 따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문 대표 체제가 흔들려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문 대표에 대한 '엄호'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안 지사는 "변화도 질서있게 이뤄져야 한다. 안 그러면 매번 변화가 필요할때마다 당헌당규를 새로 만들어야 하고, 국가든 조직이든 혼란에 빠진다"며 "여러 제안과 아이디어도 필요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당헌당규와 규칙대로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안 지사와 함께 공주로 이동,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공산성 을 방문한 뒤 만찬을 함께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