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히로시마 원폭 투하 70년을 맞아 6일 열린 위령식에서 역대 총리가 지난 19년간 매년 언급한 ‘비핵 3원칙’을 거론하지 않아 파문이 일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히로시마시 평화공원에서 열린 위령식 추도사에서 “일본은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는데 중요한 사명을 갖고 있다”며 “가을 유엔 총회에서 새로운 핵무기 폐기 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내용의 비핵 3원칙 견지 방침을 밝히지 않았다. 3원칙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1901~1975) 당시 총리가 천명한 것으로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아베 총리 본인을 비롯해 일본 역대 총리들은 19년간 히로시마 위령식에서 이를 천명해왔다.
논란이 일자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비핵 3원칙이라는 생각은 전혀 흔들림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히로시마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 사쿠마 구니히코 이사장은 “비핵 3원칙은 국시(國是)”라며 “의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이라면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베 총리가 이날 비핵 원칙을 거론하지 않은 것은 최근 아베 정권이 집단 자위권 법안을 밀어붙이며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일본이 이날 세계에 던진 비핵화와 평화 메시지의 진정성을 퇴색시켰다는 지적이다. 전날 나카타니 겐 방위상이 국회에서 “집단 자위권 법안이 통과되면 일본이 미국의 핵미사일을 운반하는 상황도 법리적으로 가능하다”고 발언한 것도 비핵 3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히로시마의 7개 피폭자단체 대표들은 이날 위령식 후 아베 총리와 만나 “(집단 자위권 법안은) 헌법위반이 명백하기에 국민의 다수가 반대하거나 의문을 갖고 있다”며 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요망서를 전달했다.
중국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위령식에서 비핵 3원칙도 거론하지 않고 침략행위에 대한 언급도 회피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비핵 3원칙’을 일본 총리가 원폭 추도일에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일본 언론들 사이에서는 배경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아베 히로시마 위령식서 '비핵 3원칙' 언급 안 해 파문…비핵화 평화 진정성 의문, 침략전쟁 반성도 없어
입력 2015-08-06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