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사령부가 6일 살아 있는 탄저균 실험 의혹을 산 주한 미 오산 공군기지 안의 '생물식별검사실(BICS·이하 검사실)'을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미국 국방부가 지난 5월 27일(현지시각) 탄저균 표본(샘플) 1개를 오산 미군기지에 배달했다고 발표한 이후 70여일 만이다.
탄저균 실험에 대한 한국 사회의 비판 여론이 거세자 미군 수뇌부가 의혹을 털고 가겠다는 취지에 따라 언론에 공개한 것으로 관측된다.
실험 장소인 검사실은 기지 병원 외곽에 작은 창고 형태의 독립된 건물이었다. '위험', '경고' 표지판이 내걸린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로 4m, 세로 6m 크기의 검사실이 나타났다.
내부에는 진한 소독약 냄새가 눈과 코를 자극했고 대형 냉장고 크기의 검사 장비를 비롯한 7~8종의 각종 실험장비가 'ㄱ'자 배열로 배치되어 있었다.
세균을 배양하는 것으로 보이는 주장비엔 검사실을 운영하는 전체 프로그램 명칭인 'JUPITR'(주피터)란 영어 글씨가 새겨져 있다. 검사실 벽면에도 'JUPITR' 표지만이 붙어 있다.
주한미군 화학·생물학방어 자문관인 스티븐 앤스리 미 육군대령은 이들 장비에 대해 일일이 설명을 했다.
앤스리 대령은 핵심 검사 장비로 보이는 시설을 가리키면서 "저것은 주피터 프로그램 중 생물식별장비로, 6~24시간 이내에 50~100개 표본을 검사해 생물학적 독소 및 병리원을 식별하는 장비"라고 소개했다.
검사실에는 주방 싱크대와 같은 구조 위에 여러 장비를 올려놨다. 싱크대에는 검사가 끝난 장비를 물로 씻어 내기 위한 용도로 보이는 수도시설도 갖춰놨다. 수도꼭지를 보자 세균을 흘려 보낸 내용의 영화 '괴물'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주한미군의 한 관계자는 주피터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종 생물학균 감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대통령 지시로 2007년 시작됐다고 한다.
미국은 지역 경계가 없는 전 세계적인 전염병에 대해 화학물질이나 방사능만큼 국가안보에 위협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 '화생방어 합동사무국'은 주한미군과 한국군 등을 위해 생물학균 감시 등 최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군 관계자는 "한국 전장에 맞는 최상의 방어를 위해 생물학전 대응 체계와 생물학균을 탐지, 진단하는 능력을 연구실과 현장에서 개발 중"이라며 "레이더, 적외선, 열센서 조합으로 화학 및 생물탐지기의 정확도를 높여 효율성을 국대화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피터 프로그램의 목표는 임박한 생물학적 위협을 완화시키기 위한 방어 능력을 높이는 것"이라며 "생물감시포털(BSP), 생물식별검사실(BICS), 환경탐지평가(AED), 조기경보(EW)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생물학균이 기지 안팎에 퍼졌을 때 BICS에서 이 균을 채집해 어떤 종류의 병원균인지를 식별하고 위험균으로 판명되면 기지 정문에 있는 경보체계시스템으로 전달해 위험 경보를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주한미군, 오산 기지 생물식별검사실 언론에 첫 공개
입력 2015-08-06 1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