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500억 달러, 브릭스 신개발은행 410억 달러, 실크로드 경제벨트 400억 달러, 해상 실크로드 250억 달러···.
최근 중국이 설립을 주도한 신설 국제금융기구와 해외 투자사업에 중국이 출자하거나 지원하기로 약속한 금액이다. 이미 중국은 2025년까지 후진국과 개발도상국 등 세계 각국에 약 1조2500억 달러를 투자·지원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중국전문가인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의 데이비드 샴보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외교전문 ‘포린어페어즈’ 7·8월호에 실은 ‘중국의 소프트파워 대공세(push)'라는 논문에서 중국이 최근 수년간 자국 이미지를 개선하는 등 소프트파워 강화를 위해 해외에 쏟아 부었거나 약속한 금액이 1조4100억 달러(약 165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고 이 잡지가 6일 보도했다. 소프트파워는 군사력이나 경제력 등 하드파워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문화적 영향력이나 존경에 의해 자발적 동의를 얻어내는 능력을 뜻한다.
이는 미국이 2차 세계대전 후 잿더미가 된 서유럽을 재건하기 위해 시행한 ‘마셜플랜’ 예산의 현재가치(1030억 달러)보다 11배 많은 금액이다. 심지어 냉전시대에 치열한 체제경쟁을 벌였던 미국과 구 소련의 지출액도 이보다 훨씬 적었다는 게 샴보 교수의 지적이다.
또 중국이 대략 연간 100억 달러를 대외용 선전에 쓴다고 추정되는 반면 미국은 지난해 공공외교 부문에 6억6600만 달러를 썼다.
샴보 교수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자국 이미지 개선 정책은 2007년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때 시작됐으나 본격화된 것은 현 시 주석이 취임하면서다. 시 주석은 국가주석으로 공식 취임하기 전인 2011년 10월 중국공산당 17차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중국을 ‘사회주의 문화 초강대국’으로 만드는 것을 국가적 목표로 선언했다.
중국 정부는 ‘서구 언론의 독점’을 깨야한다며 신화통신, CCTV, 중국 국제방송(CRI) 등 국영 언론매체에도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뉴스통신사인 신화의 경우 기자 3000명, 170여 지국에 400여명의 특파원을 운용하고 있다.
현재 중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외국 학생은 30만명에 이르며 중국 정부는 이 중 매년 2만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한다.
이러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세계인들에게 중국의 이미지가 개선됐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2014년 영국 BBC방송의 국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14% 포인트나 높아졌다.
샴보 교수는 이에 대해 소프트파워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얻어지는 것이라면서 자유로운 인간의 발전을 허용하지 않고 국가가 통제하는 중국의 정치시스템에서는 앞으로도 효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프트파워 개념을 처음 정립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도 지난 달 기고전문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서 중국 정부의 국수주의 경도와 민간·비정부기구 취약을 중국의 소프트파워 강화 공세가 실패하는 주요 원인으로 들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시진핑 소프트파워 강화에 1조4100억 달러 쏟아부어
입력 2015-08-06 1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