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릴의 마법은 끝났다” 일본 감독 또 경질?… 한일전 후폭풍

입력 2015-08-06 16:15
대한축구협회 제공

“할릴의 마법은 끝났다.”

일본에서 2015 동아시안컵 한일전의 후폭풍이 거세다.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지만 우리나라보다 한 수 아래의 경기력을 보여준 일본 축구대표팀을 놓고 현지 언론과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바히드 할릴호지치(62·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일본 대표팀 감독에 대한 경질론까지 불거졌다.

브라질에서 귀화한 일본 축구해설자 세르지오 에치고(69)는 6일 일본 축구매체 사커킹을 통한 총평에서 강한 어조로 대표팀을 비판했다. 에치고는 “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승리한 한국과 패배한 일본 중 어느 쪽이 이기길 원하는지 알 수 없는 경기였다”며 “한국 쪽의 수준이 높았다는 이야기다. 일본 선수들 중 누구도 눈에 띄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개최국 중국을 2대 0으로 격파했다. 반면 일본은 최약체로 분류된 북한에 1대 2로 졌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지난 5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우리나라와의 2차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우승을 노릴 수 있었다. 이치고의 평가는 일본이 승부근성조차 드러내지 않았다는 냉정한 지적이다.

에치고는 “할릴의 마법은 끝났다”며 하릴호지치 감독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언론도 지나치게 띄워줬다. 동아시안컵이 1무2패로 끝나면 경질 이야기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디펜딩 챔피언인데 우승을 놓치면 결과로선 실패다. 하지만 언론은 그런 말을 안 한다”며 “‘극장형 인간’이 주는 게 맛있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극장형 인간’은 쇼맨십이 좋은 할릴호지치 감독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이 할릴호지치 감독을 명장으로 치켜세웠지만 진짜 실력은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지난 3월 부임했다. 일본이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조기 탈락하고 경질한 하비에르 아기레(57·멕시코) 감독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알제리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던 할릴호지치 감독은 일본의 암흑기를 끝낼 ‘마법사’처럼 보였다.



일본은 그러나 지난 6월 싱가포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득점 없이 비기면서 다시 암흑기로 돌입했다. 지난 2일 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북한에 1대 2로 무릎을 꿇고 우리나라를 상대로는 수비로 일관한 끝에 겨우 비긴 졸전을 보여주자 일본에서는 비난 여론이 불거졌다.

일본 인터넷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에 게재된 에치고의 총평을 현지 축구팬들은 부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댓글 게시판에서 “에치고의 총평이 불쾌하긴 하지만 부정할 수 없다” “할릴의 마법이 끝났다는 표현은 조금 성급하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 “아기레나 할릴호지치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선수들이 문제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회복할 여지도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