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TV토론에 원고 없이 나간다…"말싸움 어디 한 번 걸어봐"

입력 2015-08-06 16:38
가디언 홈페이지 트위터 캡처

막말로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원고 없이 첫 TV토론회를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말로 ‘무(無)전략이 상책’이 될 것인가.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그에게 정책은 핵심이 아니다(Policy is not his point)’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첫 토론회에 나서는 트럼프가 ‘선거는 곧 정책 대결’이라는 패러다임을 깨는 후보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는 연일 상식적이지 않은 독설 등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경선 후보 가운데 1위를 차지하는 등 최근 미국 정가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트럼프 돌풍’이 한창이다. 부동산 기업가인 트럼프는 기성 정치인들과 달리 구체적 정책 비전이 아닌 실체가 불분명하고 자극적인 언변을 승부수로 삼고 있다.

트럼프의 어록은 화려하다.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확실히 끝장낼 비법을 알지만, 적들이 알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말하지 않겠다” “멕시코인들은 성폭행범이고 미국에 마약을 나른다. 국경에 만리장성 같은 장벽을 쌓아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을 막겠다” “기부금을 주기 전까지는 스콧 워커라는 사람이 위스콘신 주지사라는 것을 몰랐다”

트럼프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책을 밝힌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의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에는 정책 코너가 아예 없다. 그는 오히려 자신은 기존 정치인들처럼 정책 공약이나 가상 질문을 다듬는 방식으로 토론회를 준비하지 않는다고 뽐내기도 했다. 이런 자신감은 그가 NBC방송에서 10년 이상 서바이벌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를 진행해왔던 방송 진행자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NYT는 트럼프의 인기가 불법이민, 미국의 국력과 같은 사안에 정책을 제시하는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대중의 분노에 편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기존 정치인들이 트럼프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깅그리치 전 의장은 “다른 후보들이 정책 얘기를 하려고 하지만 트럼프는 이런 모든 정책 제안이 그간의 무대책에 대한 핑계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그냥 다른 후보의 공격이 있을 때 반격할 것”이라며 TV토론 전략을 밝혔다. NYT는 트럼프의 인기가 정책이 아닌 자유분방한 스타일에 기인하는 만큼 경쟁자들이 그를 쓰러뜨릴 조준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