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호수 수위저하 원인은 지하철 9호선·제2롯데월드 공사탓

입력 2015-08-06 10:25 수정 2015-08-06 20:03
2011~2013년에 발생한 서울 석촌호수의 급격한 수위저하는 제2롯데월드와 지하철 9호선, 주변 대형 신축건물 공사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았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석촌호수 수위저하가 인근에서 발생한 도로함몰이나 지반침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는 한국농어촌공사에 의뢰한 ‘석촌호수 수위저하 원인조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석촌호수 수위저하는 2011년 10월~2013년 10월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 지하수 유출을 유발하는 대형공사가 몰리고 여기에 석촌호수 자체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물빠짐량(하루 평균 약 2000t)이 더해져 수위저하 변화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석촌호수 수위는 2010년 연평균 4.68m를 유지해왔으나 10월부터 수위저하 현상(연평균 4.57m)이 나타나기 시작해 2013년 10월까지 저수위 상태(연평균 4.17m)를 유지했다. 석촌호수는 과거 한강(송파강)이었던 곳을 한강 매립사업을 하면서 만든 인공호수다. 호수 수위가 한강수위보다 최대 5.1m 높고 호수바닥이 물이 잘 빠지는 실트질 모래로 되어 자연적으로 물이 빠지는 특성이 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시는 동위원소 분석 결과 석촌호수의 물이 제2롯데월드의 유출수와 유사하고, 지하철 9호선의 물과도 일부 유사하다는 것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공사 이전 시기와 비교할 때 제2롯데월드와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이뤄지는 동안 각 공사장 방향으로 물 흐름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제2롯데월드는 롯데건설이, 지하철 9호선은 삼성물산 등 6개사가 각각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석촌호수 수위 변화에 영향을 미친 정도는 시기에 따라 달랐다. 수치 모델링에 의한 수위 변동 영향 분석 결과 제2롯데월드는 2011년 10월부터 2012년 3월까지는 수위저하에 대한 기여율이 72%를 기록했으나 공사가 단계별로 완공되면서 2012년 말∼2013년 초부터는 36%로 떨어졌다.

지하철 9호선도 2012년 3월에는 기여율이 25%에 불과했지만 공사가 진행되면서 2013년 10월에는 53%까지 증가해 수위저하에 끼친 영향이 높아졌다.

롯데건설의 의뢰로 대한하천학회가 유출 지하수량을 분석한 결과도 비슷했다. 2010년 11월에는 제2롯데월드에서 하루 984t, 2011년 11월에는 1천102t이 유출됐다. 2013년 10월에는 지하철 9호선에서 3948t의 지하수가 유출됐고, 제2롯데월드에선 1236t이 유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시는 시뮬레이션 결과 제2롯데월드와 9호선 공사가 끝나면 석촌호수의 물빠짐량이 줄고 주변 지하수위도 다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제2롯데의 하루 지하수 유출량은 2014년 10월 490t에서 올해 7월 407t으로, 9호선 공사장은 같은 기간 4500t에서 4000t으로 줄었다.

호수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 공급해야 하는 물의 양도 대형 공사 완료 5년 후에는 현재보다 약 23∼33% 줄 것으로 봤다. 실제 계측 결과에서도 제2롯데월드와 9호선의 유출 지하수량이 감소하는 추세로 확인됐다.

시는 또 지반 안전성 검토 결과 호수 수위 저하가 인근 지역 지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농어촌공사 조사에 따르면 호수 수위 저하에 따른 지반 침하량은 최대 8mm로 허용 침하량(25mm) 이내로 파악됐다. 지하수 이동 속도도 느려 도로함몰의 원인인 토사 유출을 일으키기는 어려운 수준으로 확인됐다.

시는 또 최근 2년간 석촌호수 주변 84곳에서 지하수위를 계측한 결과 큰 변동이 없었으며 토사유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는 대형 굴착공사장에 대한 점검 결과 실제유출량과 신고된 유출량에 차이가 있는 등 공사장 유출량 관리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유출지하수 관리 강화 등 지하수 관리대책을 내놨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 대형 굴착공사장의 유출 지하수를 관리하기 위한 현장점검팀을 운영한다. 또 지하수 유출이 인지되면 즉시 신고하도록 관련 조례를 개정하는 한편 대형공사장의 지하수 계측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