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했다고 낯선 커플에게 비난받은 여성의 사연에 누리꾼들이 황당해하고 있다.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늙은이들 버릇없어진다고 나한테 잔소리한 커플’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A씨는 버스를 타고 있었는데 할머니 한분이 승차하는 모습을 보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좌석은 꽉 차고 자신은 자리에 앉아있었다고 했다.
A씨의 바로 앞 노약자석에 여자가 앉아있고 그녀 앞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고 주위 상황을 설명했다.
할머니는 그 남자 옆에 섰으나 여자는 딱히 비켜줄 생각이 없어보였고 할머니도 눈치준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
A씨는 자신은 신발도 편한 운동화고 딱히 몸이 안 좋지도 않았기에 할머니에게 오시라고 하고 자리를 양보했다.
그리고 내릴 때가 돼서 내렸는데 그 커플이 따라 내리더니 “저기요”라고 A씨를 불렀다고 말했다.
A씨를 부른 남자는 대뜸 “A씨랑 나랑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었는데 왜 할머니를 불러서 앉히냐”며 “나 약 올리는 거냐”고 물었다.
이어 “내가 오래 서 있는 거 보고 있지 않으셨냐”고 묻기에 A씨는 “보긴 봤는데 난 내릴 때 돼서 일어난 게 아니라 노약자인 할머니가 계셔서 양보한 거다. 할머니니까 앉으시게 한 거지 내가 굳이 그쪽한테 양보를 할 필요가 있냐”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이 남자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남자는 “아까 그 할머니 딱 자기네 옆에 서는 거 못봤냐”며 “당신 같은 사람들이 자리를 양보해주니까 당연한 건 줄 알고 노약자석 근처에 가서 버틴다(?)”고 하더란다.
조용히 있던 여자는 “이런 사람들 때문에 늙은이들 버릇이 잘못 들었다”라는 말을 하곤 둘은 택시를 잡아 타고 갔다고 전했다.
A씨는 그들은 아마도 A씨한테 핀잔을 주려고 목적지도 아닌 곳에서 내린 것 같다고 추측했다.
A씨는 보름도 전에 있었던 일인데 이후 할머니를 봐도, 노약자석을 봐도, 커플을 봐도 계속 그때의 일이 생각나며 아마 죽기 전까지 자신이 겪을 일 중 가장 황당한 일이 아닐까 싶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A씨 사연으로 미뤄 짐작하건데 앞으로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을 꺼내는 것이 점점 더 힘든 세상이 올 것 같아 암울해진다.
이 사연을 본 누리꾼들은 “몰상식한 커플 같으니. 끼리끼리 만나서 다행이네요” “그 사이에 나오는 무개념 자식과 무개념 부부로 고통받을 우리는 무슨 잘못인가요” “솔직히 지금 대한민국은 정신이상자들이 판치는 세상이 된 거 같음” 등의 반응을 보이며 우려를 나타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자리양보한다고 “늙은이들 버릇 없어진다”는 무개념 커플
입력 2015-08-06 00:05 수정 2015-08-06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