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도 만들 수 있겠네?” 손학규-유승민-김부겸, 박상천 전 대표 빈소 조우

입력 2015-08-05 20:13

정계은퇴 후 전남 강진에 칩거해온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5일 2008년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합당 당시 의 통합 파트너였던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의 서울 강남성모병원 빈소를 찾았다.

공교롭게 강진의 백련사 근처 흙집에 터를 잡은지 꼭 1년째 되는 날의 '외출'이었다.

손 전 고문은 전날 박 전 대표의 부음을 전해 들은 뒤 자칫 '바깥 나들이'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하다 이날 오후 상경했다.

그의 '등장'은 야권의 지형재편 움직임과 맞물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계복귀설이 계속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이목을 끌었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 '비노(비노무현)+비박(비박근혜)' 인사들이 참여하는 제3지대 중도신당 시나리오가 나도는 가운데 이날 빈소에서는 공교롭게 손 전 고문과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 새정치연합 김부겸 전 의원 등 3자가 '문상 조우'를 하게 돼 눈길을 모았다.

조문 후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이 자리를 양보해주면서 유 전 원내대표와 김부겸 전 의원, 신기남 유은혜 의원, 임채정 전 국회의장, 이재정 경기교육감 등이 앉아있던 테이블에 합석하게 되면서다. 이들은 서로 안부를 물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임 전 의장이 유 전 원내대표와 손 전 고문을 가리키며 "손 대표 왔지, 유 대표 왔지, 여기 신당 창당 하나 하겠네"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지자 두 당사자는 멋적은 표정을 졌고, 주변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김 전 의원이 분위기 전환을 하려는 듯 손 전 고문에게 "고인에 대해 한말씀 하시라"고 청하자 손 전 고문은 "2008년 대선 패배로 야권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대의를 위해 통합을 이뤄주셔서 야당이 총선에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원칙을 중시했고 신념이 아주 강했으며 통합 과정에서나 통합민주당의 공동대표 체제에서 항상 정도를 가면서 경우가 바르셨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위중한 것을 전혀 몰랐다. 마음의 충격이 컸고 한번 찾아뵙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공동대표 때 모든 것을 저에게 양보해주고 오직 당의 단합과 승리를 위해 힘써준 고인의 뜻을 깊이 기린다"며 영면을 기원했다.

임 전 의장은 유 전 원내대표와 김 전 의원에게 '대구의 두 기대주'라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손 전 고문이 유 전 원내대표에게 "얼굴이 좋으시다"고 하자 유 전 원내대표는 "아유 좋을 것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손 전 고문은 30분쯤 지나 자리를 뜨면서 기자들이 "공교롭게 유 원내대표와 김 전 의원과 세 분이 모여 중도신당 얘기도 나온다"고 하자 "질문을 좀 좋은 질문을 해야지…"라고 웃으며 "더운데 수고들 하시라"고 즉답을 피했다. 그는 "바로 강진으로 간다"며 승용차에 다시 올랐다.

친분이 각별한 김 전 의원에게는 "(대구 상황이) 어려운데 잘 극복하라"고 격려했다.

이날 빈소에는 조문 행렬이 잇따랐다.

새정치연합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 김원기 전 국회부의장,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 박영선 전 원내대표, 박주선 최재성 민병두 의원, 김진표 전 의원 등 당 관계자들과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 한화갑 전 의원 등 일부 동교동계 인사들이 찾았다.

권 고문은 "지식이 많고, 법안 등 모든 일을 처리할 때 치밀하고 논리정연했다"고 했고, 문 전 비대위원장은 "박 전 대표가 공안검사를 했던 30대 때 처음 봤는데 너무 논리정연했다. 의회주의의 마지막 산 증인이자 토론의 달인"이라며 "미국에서 같이 비행기를 탔다가 담배 피우다 걸린 일화도 있다"고 털어놨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등 일부 여권 인사와 김진태 검찰총장 등도 빈소를 찾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유일호 국토교통·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등은 조화를 보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