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누나의 천국 이야기 스물일곱번째 이야기
“기도제목 물으면 취업과 결혼문제밖에는 모르는 요즘의 제가 참 부끄럽습니다.”
아프리카 감비아 단기 선교 중 현지 여학생을 살리고 하나님에 품에 안긴 대전신학대 학생 김수석(23)씨가 선교를 가기 전 밝힌 각오가 많은 크리스천들에게 감동과 도전을 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나 자신만 생각하고 살아온 건 아닌가 하는 젊은 크리스천들의 자성이 특히 많았습니다.
저는 7월말 주말근무를 하다 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 김씨의 사연을 처음 접했습니다. 일반 언론 역시 그의 숭고한 죽음에 많은 찬사를 보냈습니다. 앞날이 창창한 청년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현지 학생을 구하다 파도에 휩쓸려갔으니 말입니다.
최근 김씨의 아버지의 인터뷰가 기독교매체 크리스천투데이(CT)에 실렸습니다. 그의 좀 더 자세한 신앙 얘기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아이들보다 더 맑은 미소를 지낸 청년의 사역에 대한 열망은 그 누구보다 뜨겁고, 담대했습니다.
그의 아버지 김경후 집사는 CT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의 죽음이 안타까운 죽음으로만 끝나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서 선교에 대한 열정을 일으키는 도구로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목사가 꿈이었다고 합니다. 군에서도 군종으로 복무했다는군요. 그는 이등병 때부터 병장 때까지 월급을 다 저축하고, 또 군대 가기 전 식당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스스로 선교비용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김씨가 생전에 다녔던 강경중앙장로교회의 이승남 담임 목사님은 CT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들처럼 군대에서 과자, 음료수 사 먹고 싶었을 텐데 어떻게 그 비용을 아꼈느냐고 물었더니 ‘선교 비전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면서 “요즘 세상에 그런 청년이 어디 있나”고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이 목사님은 김씨의 비보를 처음 듣고 망연자실하다 ‘이 일을 묻어 둘 것이 아니라 많이 알려야 겠다’는 마음이 들어 교단지에 먼저 이 소식을 알렸다고 합니다. 이후 학교와 지역 소식지를 통해 김씨의 숭고한 죽음이 알려졌고 여러 매체에 실렸습니다.
김씨가 선교를 떠나기 전 선교단체에 유서를 남겼습니다. 순교를 가정한거였습니다. 그는 사도행전 20장 24절 말씀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거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를 언급했습니다.
그는 유서에서 “만약 선교지에서 순교를 한다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 순교자의 삶을 가게 하신 것에 감사한 마음”이라며 “부모님을 비롯해 저를 아껴 주신 분들께 너무나 감사하고 슬프지만 훗날 천국에서 마주할 것을 기대하며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다”고 썼습니다.
김씨는 이슬람국가인 감비아에서 많은 감동을 주었다고 합니다. 수년간 깨지 못한 사역의 벽을 이 청년이 깼다는 평가도 나온다는군요.
한 네티즌은 말합니다. “교계 지도자를 자처하는 수백, 수천 명이 하지 못한 일을 이 청년 한 명이 해냈다”고 말입니다.
보고 또 봐도 정말 아름다운 청년입니다. 그의 이야기가 더 많이 전해지고 알려지길 바라봅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교회누나 27] “취업 좀… 결혼 좀…” 기도만 한 제가 참 부끄럽네요
입력 2015-08-05 18:25 수정 2015-08-05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