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개막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처음으로 북핵 6자회담 당사국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다. 최근 개별 접촉을 해왔던 이들이 처음 다자간 외교 무대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만큼 북핵 모멘텀이 만들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푸르라세계무역센터(PWTC)에서 열리는 ARF 및 아세안(ASEAN) 관련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4일 출국했다. 이번 회의에는 윤 장관을 비롯해 이수용 북한 외무상,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 6자회담 당사국 외교 수장이 모두 참가한다.
그동안 개별 접촉을 통해 분위기를 타진했던 이들은 이번 기회에 북핵 협상의 새로운 줄기를 만들기 위한 거미줄 외교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그동안 한·미·일은 물론 전통적 우방이었던 중국과의 대화도 사실상 단절했다. 이란 핵협상 타결 직후에는 ‘이미 핵보유국’이란 억지를 부리며 국제 사회의 비핵화 압박을 피해왔다.
하지만 이번 ARF 외교장관회의에 불참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이 외무상이 참석하면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북한은 한·미를 향해 조건부 대화 의사를 내비치거나, 지난 6월15일에는 최고 권위의 공화국 성명을 내고 남한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동안의 침묵, 고립 모드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한 것부터 상황이 다소 발전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미·일의 대북 압박 공조도 병행될 전망이다. 윤 장관은 미·일과의 개별 접촉은 물론 한·미·일 3자 회담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오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 전후 예상되는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을 억제하는 것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또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회복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우리 정부는 여전히 중국이 북한에 대해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윤 장관은 5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물론 최근 북한과 가까워진 러시아 라브로프 외무장관과도 연쇄 회담하고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도 주목된다. 하지만 북한이 그동안 남한을 배제한 채 외교전을 펼치고 있어 접촉이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전 개막-한미일 북핵 공조 관심
입력 2015-08-04 1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