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의 대선 후보를 가름하는 첫 TV토론을 앞두고 공화당 성향의 일반 유권자들과 공화당을 지지하는 억만장자들의 여론은 극명하게 달랐다. 몬무스 대학이 3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26%의 지지로 또 1위에 올랐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12%의 지지로 2위에 그친 걸 감안하면 압도적인 차이다. 그러나 이날 캘리포니아에서 막을 내린 억만장자들의 대선주자 토론회에 트럼프는 끝내 초청을 받지 못했다.
◇억만장자들이 트럼프를 이길까=폭스뉴스 주최로 6일 열리는 TV토론회는 공화당 후보 10명만 초청된다. 20명 가까이 난립한 경선 후보들 중 이날 토론회에 초청받지 못하면 사실상 선거운동을 접어야 한다. 초청기준은 토론회 직전 전국단위로 실시된 5개 여론조사의 평균 지지율이다. 공화당의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를 주최하는 폭스뉴스는 구체적인 여론조사 채택 기준과 대상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트럼프가 빠진 TV토론은 상상하기 어렵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지난달 26일 CNN 여론조사에서 18%, 같은 달 30일 퀴니피액대학 조사에서는 20%를 기록하는 등 부동의 1위이며, 시간이 갈수록 상승추세다.
그러나 공화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 뭉친 억만장자들의 선택은 달랐다. 지난 1일부터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 바닷가의 한 호텔에서 열린 토론회에 초청된 경선 후보들은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패커드 CEO 등 5명이었다. 이 토론회는 내년 대선까지 8억8900만 달러(약 1조404억원)를 풀겠다고 공언한 ‘코크 형제’가 이끄는 ‘자유동반자행동기금’이 주최한 행사였다. 공화당 후보의 승리에 뜻을 같이한 기부자 450명이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해 회비만 10만 달러씩을 냈다. 트럼프 측은 당초 토론회 참석을 희망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대해 코크 형제는 트럼프가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바람직한 모델이 아니라고 이유를 밝혔다. 트럼프는 자신이 탈락하자 토론회 참가 후보들을 향해 ‘코크 형제의 꼭두각시’라고 독설을 날렸다.
◇트럼프 현상은 정치 냉소주의 탓= 트럼프 현상에 대한 해석과 진단은 분분하다.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의 역선택이라는 음모론부터 정치 냉소주의의 산물이라는 해설까지 다양하다.
부시 전 주지사는 지난달 31일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현상은 (공화당) 유권자들의 좌절과 정치 시스템에 대한 분노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바드 대학의 이안 브루마 교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트럼프는 ‘정치 광대’에 불과하며 그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브루마 교수는 “유권자들 사이에 정치를 진지한 어젠다의 매개 수단으로 여기기보다 광대가 출연하는 예능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며 “실제 이탈리아에서는 코미디언 출신이 제2 정당의 당수로 활동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트럼프 현상의 배경은 정치 냉소주의지만 그 폐해로 대중 영합주의가 한층 기승을 부릴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도널트 트럼프 현상…정치 냉소주의 산물
입력 2015-08-04 1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