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에서 막말 파문에도, 대선주자들 중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인기가 높은 데 대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직업 정치인에 대한 반란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트럼프 현상이 기성 정치에 대한 염증 때문이라는 얘기는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됐는데 이번 분석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하지만 막상 선거가 다가오면 비정상적인 인기몰이를 한 후보들의 지지도가 꺾이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일종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옐로 카드’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그런 후보들을 지지한다는 분석이 많다.
역사학자인 미국 바드대학의 이안 브루마 교수는 3일(현지시간) 기고전문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를 통해 “직업 정치인 계급에 대해 염증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진 게 트럼프 현상에 대한 기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브루마 교수는 “과거에는 좌파 정치인들이 주로 노동조합에서, 우파 정치인들이 주로 기업가나 지주 가운데서 나오는 등 사회 각 계급의 이해가 그들을 대표하는 정당을 통해 대변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사람들은 다른 정당에 속했다는 정치인들의 차이를 점점 느끼지 못하게 돼 버렸다”며 “정치 제도는 이념의 승리나 한 집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기구라기보다 같은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체제로 점점 변해갔다”고 꼬집었다.
이런 정치 현실에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낀 결과가 트럼프 현상 혹은, 이탈리아 좌파 정치인 베페 그릴로의 이름을 따 그릴로 현상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코미디언 출신인 베페 그릴로는 이탈리아에서 반 유럽연합 성향 좌파정당 오성운동을 이끌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트럼프 현상은 직업 정치인에 대한 반란
입력 2015-08-04 0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