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귀국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섰다. 신 회장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어’로 대국민 사과를 한 후, 즉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찾아가 머리를 숙였다. 이어 롯데의 핵심 사업인 롯데월드타워 공사현장을 찾아 직원을 격려했다.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일본어’ 논란, 부자·형제 간의 ‘골육상쟁’이라는 비난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그룹의 역점사업을 챙기는 모습으로 경영능력까지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오후 2시40분쯤 김포국제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그의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입국게이트에서 나와 기자단 앞에 섰다. 두 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으고 한국말로 대국민 사과와 경영권 관련 입장을 발표했지만 발언은 다소 어눌했다. 의사소통에는 별 지장이 없지만 일본어 억양과 발음은 숨길 수 없었다.
신 회장은 우선 세 차례 고개를 숙이며 롯데그룹이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논란을 일으킨 점을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는 입국하자마자 약 5초간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저는 (총괄)회장님 옆에서 임직원과 함께 주주를 위해서, 그리고 국민과 함께 롯데를 키워 왔던 사람”이라며 “사태가 빨리 해결되고 기업들을 정상화시키는 게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시게미쓰 하쓰코씨를 만났느냐’는 질문에는 “전화 통화했다. 내용에 대해서는 여기서 이야기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정상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되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대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건강에 다소 문제가 있음을 우회적으로 답한 셈이다.
신 회장은 공항을 나서자마자 서울 중구 롯데호텔 34층 신 총괄회장 집무실로 찾아가 아버지와 형을 만났다.
면담을 마친 신 회장은 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를 찾아 현장 직원들을 격려했다. 롯데월드타워 107층까지 직접 올라간 신 회장은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이사에게 공사 현황을 보고받았다. “롯데월드타워는 총괄회장의 창업정신에 따라 롯데가 사명감을 가지고 짓는 곳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신 회장은 일본발 한국행 여객기 안에서 롯데 소식으로 도배된 한국 신문들을 일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부자간 경영권 공방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한국으로 가는 길이 부담스러운지 신 회장은 내내 긴장한 표정이었다. 기내식으로 주문한 비빔밥도 절반 정도밖에 먹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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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본격 ‘여론전’… 한국어로 대국민 사과, 아버지 찾아가 머리 숙여
입력 2015-08-04 00:16 수정 2015-08-04 0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