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家)의 경영권 분쟁이 결국 파국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3일 귀국 직후 김포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물러나라’는 요구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경영권을 유지하겠다는 확고한 입장 표명이었다. 일본에 머물던 신 회장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롯데그룹은 ‘신동빈 VS 반(反)신동빈’ 구도로 더 확연히 갈라졌다. 롯데그룹 삼부자의 경영권 분쟁은 어느 한쪽이 완전히 쓰러질 때까지 공방이 지속되는 치열한 골육상쟁(骨肉相爭)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가를 주요 승부처는 조만간 열릴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의 지주사일 뿐 아니라, 한국 롯데그룹 순환출자 구조 최상위에 위치한 롯데호텔을 지배하는 주요 기업이다.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승리한 쪽이 한?일 롯데를 모두 지배하게 된다.
신 회장은 지난달 15일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했고, 지난달 28일에는 자신을 해임하려는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고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이와 관련한 정관 변경이 필요해 조만간 주주총회 개최는 불가피하다. 신 회장은 주총에서 절대적 지지를 얻어내 롯데홀딩스 경영권 굳히기에 나설 방침이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주총을 통해 신 회장을 포함한 임원진 교체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현재로서는 주총에서 어느 쪽이 승리할지를 예단하기 힘들다. 비상장사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가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분쟁이 불거졌을 당시 롯데홀딩스 지분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28%, 소규모 포장재 회사인 광윤사가 27.65%, 신동주·동빈 형제가 각각 19%를 가진 것으로 추정됐다. 롯데그룹 측은 신 회장의 주식과 롯데홀딩스 지분을 보유한 이사들의 지지, 개인주주 지분 등을 포함하면 신 회장 우호지분이 60%를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도 자신에게 우호적인 신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지분(33%)과 종업원들의 우리사주(32%)만 합쳐도 과반 이상이라며 반박했다.
어느 쪽 주장이 진실이든 주총에서 패배한 쪽은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신 회장이 주총에서 승리할 경우 아버지와 형을 그룹 경영권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한?일 롯데를 아우르는 막강한 ‘원(One) 롯데’ 지배체제를 형성할 수 있다. 반면 신 회장이 패배하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된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복권되고, 신 회장은 일본 롯데에 대한 지배권을 잃게 된다. 한국 롯데그룹에 대한 신 회장의 경영권도 위험해진다. 신 총괄회장의 경영권에 반기를 든 신 회장을 그대로 놔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분명한 점은 양측이 타협에 나서 경영권 관련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주총 결과에 관계없이 지루한 소송전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주총에서 패배한 측이 정당한 경영권 소유를 주장하며 한국과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신동빈 회장과 반(反)신동빈 측이 극적으로 타협할 가능성도 배제하긴 힘들다. 재벌 오너가의 막장 드라마에 대한 비판 여론이 워낙 드세고, 당장 롯데그룹 운영에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는 “일주일 넘게 이어진 경영권 분쟁이 폭로전 양상을 보이면서 양측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면서 “화해를 통한 원만한 해결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관련기사 보기]
롯데가 경영권 분쟁 파국으로?… 신동빈 ‘물러나라’ 요구에 뚜렷한 거부 의사
입력 2015-08-04 00:11 수정 2015-08-04 0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