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여름, 걸 그룹 대전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죠. 원더걸스가 3년의 침묵을 깨고 돌아왔습니다.
멤버 탈퇴, 해체설을 딛고 4인조 밴드로 컴백했습니다. 원더걸스와 밴드는 언뜻 이질적으로 느껴진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의 원더걸스를 있게 해준 ‘tell me’, ‘nobody’ ,‘so hot’과 같은 익숙한 복고풍의 음악으로 다가오며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습니다.
멤버들은 눈과 입술을 강조한 강렬한 메이크업과 몸에 딱 달라붙는 가죽 의상으로 복고 분위기를 물씬 풍겼습니다. 또한 수준급의 악기 실력과 안정적인 보컬을 보여주었습니다. 단순히 악기만을 연주하는 단조로운 무대가 아닌, 춤과 악기가 어우러진 다채로운 무대였습니다.
멤버 예은은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밴드의 모습보다는 저희가 가장 자신 있는 것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원더걸스가 가장 자신 있는 레트로팝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 겠다’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멤버 선미 역시 “우리가 했던 걱정은 많은 대중들이 우리를 사랑해줬던 이유가 따라 하기 쉬운 춤, 따라 부르기 좋은 노래였는데 그걸 버리고 악기 연주를 한다고 했을 때 좋아해 줄까 많은 걱정을 했다”며 “그런데 노래에 춤을 접목했을 때 이렇게 춤도 보여드리고 악기연습도 보여주면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 한 시름 놨다”며 밴드로 변신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번 앨범 제목은 ‘REBOOT(리부트)’. 앨범 제목처럼 원더걸스는 시동을 다시 걸었습니다. 멤버들은 3년동안 재시동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나온 듯 했습니다.
멤버 예은은 “준비하면서 거의 80년대 음악만 두세달 넘게 들었다”며 “매일 모여서 서로 ‘이 노래 어때?’ 하면서 락, 힙합 등등을 모여서 들었다. 여기가 2015년인지 1987년인지도 모를 정도로 눈뜨면서 잠들기 전까지 들었다”라고 준비과정을 귀띔하기도 했습니다.
재시동 기간 동안 멤버 변화도 감내해야 했습니다. 가수가 아닌 다른 길을 찾아 떠난 멤버도 있었으며 개인의 행복을 따라간 멤버도 있었습니다.
멤버 예은은 탈퇴한 멤버들에 대한 질문에 “선예랑 소희와 방금도 문자했다. 자기가 더 떨린다며 기대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방송국도 놀러온다고 했다”며 변함없는 우정을 과시했습니다.
원더걸스의 ‘REBOOT' 타이틀곡 '아이 필 유(I Feel You)'는 공개 2시간 만인 이날 오후2시 멜론과 엠넷, 벅스, 올레뮤직, 소리바다, 지니, 네이버, 몽키3 등 8개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멤버 선미는 “내려놓은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직도 우리를 잊지 않고 찾아준다는 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번 앨범은 완전히 새로운 시작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대중들에게 보여 드릴 모습이 무궁무진합니다.”
멤버 예은의 자신 있는 한마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이들의 음악은 과거를 향하고 있지만 원더걸스는 앞으로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던 순간이었습니다.
엄지영 기자 acircle1217@kmib.co.kr
원더걸스, ‘주인공’ 은 언제나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종합)
입력 2015-08-04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