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성희롱 사태가 불거진 서울의 공립 고등학교에서 여학생들이 참석한 수업 중에 남자 교사가 ‘원조교제를 하자’는 발언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지난 4월 교사와 대학교수가 성범죄로 어떤 형벌이든 유죄 판결을 받으면 교단에 설 수 없게 하는 정책을 발표했으나 관련법은 국회에서 잠자는 중이다.
김형남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은 3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이 학교 교사 D씨가 수업을 하면서 수업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성희롱 발언을 지속적으로 했다”며 “특히 원조교제를 하자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D교사가 학생에게 실제 원조교제를 제안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이 발언이 심각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일부 여학생을 ‘황진이’ ‘춘향이’ 등 별명으로 부르고 연예인과 성관계를 하는 상상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교무실과 학교 복도에서 여교사 6명을 여러 차례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임용시험을 치르고 이 학교로 처음 발령받은 여교사도 피해자에 포함됐다.
시교육청은 현재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 5명의 과거 근무 학교로 조사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A교사가 옮겨가 근무 중인 학교에서도 그에 의한 추가 성범죄가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애초 이 사건을 관할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고발했으나 피해자의 요청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로 이첩해줄 것을 경찰에 요청했다. B교사를 제외한 4명은 직위해제 상태다. B교사는 검찰의 기소가 늦어지면서 이달 초 직위해제에서 풀려났다. 현행법상 직위해제는 최장 3개월만 가능하다. 시교육청은 ‘병가’ 처리를 통해 그의 교단 복귀를 막고 있다.
정부가 지난 4월 초 교사와 대학교수의 성범죄 근절을 막기 위해 제출한 법안은 지금까지 국회에서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는 성범죄 행위로 파면·해임되거나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되면 당연퇴직이 가능하도록 하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정부 입법 방식으로 국회에 냈다.
과거에는 벌금형 이상일 경우 당연퇴직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유죄만 인정돼도 교단에 설 수 없게 한다는 취지였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4개월간 개정안을 심사하지 않았다. 교문위 관계자는 “다른 현안이 산적해 언제 논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교직원이 성범죄 피해를 볼 경우 학교가 교육청 등에 반드시 신고하도록 법령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사가 학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면 학교는 의무적으로 경찰 등 관계기관에 신고해야 하지만 피해자가 교사인 경우 관련 규정이 없다. 이 학교 교장은 여교사가 당한 성추행 피해를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았다.
권기석 전수민 기자 keys@kmib.co.kr 온라인 편집=김상기 기자
여고생 수업중 ‘원조교제 할래?’… 끔찍한 성추행高
입력 2015-08-03 17:01 수정 2015-08-03 2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