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 분쟁] 한국어, 나서고… 일본어, 숨고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아들’

입력 2015-08-03 16:57 수정 2015-08-03 17:00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국민일보 DB, 방송 캡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귀국하면서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귀국 후 공항에서 곧바로 언론 인터뷰에 응한 신 회장의 모습은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우선 신 회장은 비록 유창하지는 않지만 한국어로 또박또박 인터뷰를 했다.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말로 여러번 사과 했고, 한국어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기자들의 많은 질문에도 여유롭게 답했다. 롯데그룹 경영권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의사도 비교적 정확히 전달했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말을 전혀 구사하지 못한 채 일본어로 인터뷰에 응했다. 신 회장과 신 부회장은 과거 한 때 이중 국적(한국·일본)이었지만, 둘 다 일본 국적을 버리고 현재는 한국 국적만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국적으로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 몇 가지 대답은 한국어로 준비하는 등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인터뷰를 본 국민들이 ‘롯데그룹은 한국기업이 아니다’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은 뒤늦게 서툰 한국말로 “국민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며 머리를 숙였지만 여론을 크게 움직이지 못했다.

언론을 대하는 방식도 판이했다. 신 회장은 수백명의 취재진이 몰리는 상황을 피하지 않았다. 준비한 자료나 대본 없이 인터뷰에 응했다. 귀국하는 서울행 여객기 안에서 신 회장은 롯데 소식으로 도배된 한국 신문들을 열독하며 인터뷰에 대비하는 차분함도 보였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특정 언론에만 자신이 직접 제작한 동영상과 녹취록을 제공했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에 의도적으로 접근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신 전 부회장 측이 신 회장을 비난하기 위해 제작된 신격호 총괄회장의 육성이 담긴 동영상을 본 국민들이 오히려 신 총괄회장의 말이나 행동의 부자연스러움을 느끼며 건강문제나 진위를 의심토록 하는 정황도 제공했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은 녹취록에 대해 “법적인 효력이 없는 자료”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온라인 편집=신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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