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청년 사업가 ‘임금 평등’ 돌풍, 암초 부딪혀

입력 2015-08-03 16:57
미국 시애틀의 신용카드 결제회사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사장 댄 프라이스(31)는 3개월 전 직원 120여명 모두의 연봉을 향후 3년 동안 최소 7만 달러(약 8160만원)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 3개월 간 직원들의 연봉을 파격적으로 올려왔다. 하지만 프라이스의 ‘선의’가 지금은 되레 역풍을 맞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3일 보도했다.

무엇보다 기존 고액 연봉자들의 불만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들은 회사에서 오래 일한 직원과 신입사원이 받는 대가가 별 차이가 없다는 데 반발했다. 회사를 오래 다녔던 웹 담당자 그랜트 모런(29)은 연봉이 4만1000달러(약 4785만원)에서 5만 달러(5835만원)로 뛰었지만 회사를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경비원, 전화상담원 등 하위직이나 신입 직원들의 월급은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모런은 “연봉 평준화로 일 잘하던 사람들이 의욕을 잃게 됐다”고 털어놨다.

거래처도 떨어져나갔다. 연봉 평준화를 ‘이념적인 정책’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월급 때문에 수수료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 거래처들도 발길을 끊었다. 회사가 수수료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도 소용 없었다.

급기야 프라이스 사장의 형까지 동생의 신선한 실험에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회사의 공동 창업자이자 30% 지분을 소유한 형은 동생이 회사를 잠재적 위험에 빠뜨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실제로 지난해 이 회사가 거둔 220만 달러(약 25억6000만원)의 수익이 고스란히 임금 인상으로 빠져나갔다.

프라이스는 19세에 이 회사를 창업해 성공신화를 쓴 청년사업가다. 지난 4월 자신의 연봉에서 93만 달러(약 10억800만원)를 삭감해 평균 4만8000달러(약 5500만원)였던 직원 연봉을 인상하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됐다. 2013년에는 ‘무제한 유급휴가’도 도입했다. 미국 사회에서는 그의 시도를 두고 찬사와 동시에 ‘사회주의자’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