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 분쟁] 내용 틀리고, 발음도 이상해! 카메라 앞 신격호, 건강이상설 ‘솔솔’

입력 2015-08-03 16:47
MBC 방송 캡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육성에 이어 동영상까지 공개했지만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을 앞세운 ‘여론전’이 롯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노출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 전 부회장 측은 2일 방송사를 통해 신 총괄회장의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신 총괄회장이 의자에 앉아 어딘가에 적힌 메모를 보고 읽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은 낭독 중간 중간 흐름이 끊어지고, 일부 단어의 경우 발음이 분명치 않았다.

무엇보다 글 내용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아 의문을 남겼다. 신 총괄회장은 2011년 2월 정기 인사에서 한국 롯데그룹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신동빈 회장을 “한국 롯데회장으로 임명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이 그룹 현안에 대해 수시로 보고를 받았음을 감안하면 4년간이나 신 회장의 승진을 알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또 일본 롯데홀딩스를 한국 롯데홀딩스로 잘못 발음한 것도 신 총괄회장의 상황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2007년 4월 세워진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그룹의 경영전략입안과 관리, 감독을 하는 일본 롯데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롯데홀딩스라는 법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입국한 후부터 아버지의 뜻이 자신에게 있음을 적극적으로 알려왔다. 먼저 30일에는 신 총괄회장의 서명이 들어있는 신 회장에 대한 해임 지시서를 공개했다. 이튿날에는 신 전 부회장과 신 총괄회장 간 일본어 대화가 담긴 육성 녹음을 공개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감정이 격해진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을 때렸다는 이야기도 폭로했다.

이를 두고 신 전 부회장이 재계 5위인 롯데그룹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 총괄회장의 해임 지시서 공개로 이사회를 거치지도 않고 해임 지시서만으로 그룹의 주요 임원을 쉽게 해임할 수 있는 ‘전근대적 족벌 행태’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신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주요 계승자임에도 아버지와의 대화는 물론이고 언론 인터뷰도 일본어로만 진행하면서 롯데그룹이 어느 나라 기업인가에 대한 세간의 의혹도 키웠다. 재계 관계자는 3일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아버지를 내세웠겠지만 결과적으로 롯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역할도 했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온라인편집= 신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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