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 분쟁] 밥이 넘어가겠나… 신동빈, 귀국비행기서 식사 제대로 못해

입력 2015-08-03 16:39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3일 오후 2시40분쯤 김포국제공항 입국장에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색 정장과 넥타이 차림의 신 회장은 당당하면서도 미소를 지으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려 했지만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입국게이트에서 나와 기자단 앞에 섰다. 입국게이트부터 공항 출구까지 방송 카메라들이 양 옆으로 꽉 차있었고, 100여명의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 지나가던 승객들도 관심을 갖고 신 회장을 지켜봤다. 그는 두 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으고 말을 시작했다. 그의 한국어는 상당히 어눌했다.

신 회장은 입국장에서 3차례에 걸쳐 고개를 숙이며 롯데그룹이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논란을 일으킨 점을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입국하자마자 약 5초간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저는 (총괄)회장님 옆에서 임직원과 함께 주주를 위해서, 그리고 국민과 함께 롯데를 키워왔던 사람”이라며 “사태가 빨리 해결되고 총괄회장님의 창업정신에 따라 기업들을 정상화시키는 게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발언 말미에도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일본롯데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롯데홀딩스의 정확한 지분구성을 밝혀 달라’ ‘우호지분이 어느 정도 되느냐’는 등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여기서 이야기할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어머니 시게미쓰 하쓰코씨를 만났느냐’는 질문에는 “전화를 통화했다. 내용에 대해서는 여기서 이야기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만난 시점에 대해선 “(7월) 7일이나 8일”이라고 답했다. ‘아버지가 정상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되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대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건강에 다소 문제가 있음을 우회적으로 답한 셈이다.

신 회장은 공항을 나서자마자 곧바로 서울 중구 롯데호텔 34층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로 찾아가 신 총괄회장 및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만났다. 하지만 어떤 담판을 벌였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신 회장은 이어 소공동 롯데그룹 대표이사 집무실로 이동해 그간 챙기지 못했던 경영 현황을 보고받고 책심 측근들과 함께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내부 안정작업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측은 “신 회장이 귀국 즉시 경영인으로서의 행보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정부 금융권 관계자와 협력업체 대표 등을 만나 협조를 당부하는 한편 산적한 계열사 업무를 챙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신 회장은 일본발 한국행 여객기 안에서 롯데 소식으로 도배된 한국 신문들을 일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행 대한항공기에 탄 신 회장은 직원을 옆자리에 앉힌 채 1등석 창가 좌석에 앉았다. 승무원에게 한국 신문들을 달라고 부탁한 신 회장은 무릎에 담요를 덮은 채 롯데 경영권 분쟁 관련 기사가 1면에 실린 한국 신문 4∼5개를 꼼꼼히 읽었다고 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형제, 부자간 경영권 공방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한국으로 가는 길이 부담스러운지 신 회장은 내내 긴장한 표정이었다. 기내식으로 주문한 비빔밥도 절반 정도밖에 먹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승주 기자, 온라인 편집=신은정 기자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