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권 다툼의 핵심 변수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인이자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두 형제의 친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88) 여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롯데가(家)가 ‘신동빈 VS 반신동빈’ 진영으로 나뉘어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양측을 오가며 분쟁을 조율하는 역할이 가능한 사람은 시게미쓰씨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경영권 분쟁이 격화된 지난달 30일 입국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소 겸 집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 34층에 이틀간 머물다 출국했다. 재계에서는 시게미쓰씨가 이 기간 동안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을 만나 경영권 관련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일본으로 출국한 시게미츠 여사는 이후 신 회장과 전화 통화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중재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에 거주중인 시게미쓰씨는 신 총괄회장이 일본에 건너가 사업할 때 만난 두 번째 아내다. 시게미쓰씨는 1954년과 55년 연년생으로 동주·동빈 형제를 낳았다. 신 총괄회장이 2012년까지 일본과 한국을 한 달씩 오가며 ‘셔틀 경영’을 할 당시 일본에서는 시게미쓰씨와 함께 지냈다고 한다. 신 총괄회장이 유일하게 존중하는 사람이란 말도 있다.
시게미쓰씨의 중재자 역할은 대주주로서 갖는 의미도 크다. 그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구조 최상위에 위치한 광윤사 지분을 20%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게미쓰씨의 친정도 광윤사 지분을 상당히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게미쓰씨의 선택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무게추가 급격히 쏠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는 두 아들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 보다는 화해를 주선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게미쓰씨는 1일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국내 언론과 만나 ‘두 아들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이냐’는 질문에 “둘 모두 사랑하는 아들들이다”라고 밝혔다. 시게미쓰씨가 지난 며칠간 부지런히 한국과 일본을 오간 이유도 형제 간 불화가 더 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온라인 편집=신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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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03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