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고향 한국에서 카메라에 담은 50년… 구와바라 시세이 사진전집 출간

입력 2015-08-03 17:03
한일회담 반대시위 사진

애증(愛憎)의 이웃나라 한국을 ‘제2의 고향’ 삼아 반세기 동안 카메라에 담아온 일본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구와바라 시세이(79)의 사진전집 ‘격동 한국 50년’(눈빛 출판사)이 3일 출간됐다.

시마네현 츠와노 출생으로 도쿄농업대학과 도쿄사진전문학교를 졸업한 그는 한일국교정상화 이전해인 1964년 27세 청춘으로 한국을 처음 찾았다. 이후 지속적으로 100번 넘게 방한하며 한일회담 반대시위, 베트남파병, 청계천과 판잣집, 미군기지촌, 한국의 군사문화, 민주화운동, 농어촌풍경, 북한과 판문점, 근대화와 경제성장, 대통령과 대선 등을 담았다. 그야말로 ‘한국이 걸어온 반세기 역사의 굵은 마디’를 카메라 렌즈를 통해 목격해 온 것이다.

구와바라 작가가 ‘한국’을 평생 천착할 사진 주제로 삼은 계기는 도쿄농업대학 공학과 재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하게 지내던 한국 유학생 H군이 6·25전쟁의 혼란 속에 밀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동서 냉전과 한반도 분단의 상처에 대해 들었던 그는 진행 중이던 공해병 미나마타병에 이어 한국을 제2주제로 삼기로 마음먹는다. “한국을 알면 세계가 보이고, 한국을 찍으면 많은 기록이 남는다”는 게 그의 변이다.

그는 한국 사진 작업 궤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을 한일회담 반대시위로 꼽는다. 험악한 사회분위기로 인해 김씨라고 신분을 속이고, 일본어를 쓰지 않으면서 셔터를 눌러야 했다고 책의 후기 ‘다시 돌아본 한국’에서 회상했다. 또 “한국은 정말 풍성한 나라가 되었다”면서 “그럼에도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아직도 남과 북이 대치해야만 하는 사실”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번 전집에는 ‘촬영금지’(1990), ‘내가 바라본 격동의 한국’(2008), ‘분단원점’(2013) 등 기존 자신의 사진집에 실렸던 사진들이 부분적으로 포함됐다. 2000년대 들어서의 대선 과정과 해외 한인 사진은 새로 추가했다. 직선제 이후 선거 때마다 한국을 찾았을 정도로 대통령 선거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미나마타병 사진으로 1963년 일본사진비평가협회가 주는 신인상을 받으며 사진계에 입문한 그는 2002년 한국의 동강사진상, 2014년 일본의 도몬켄사진상을 수상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