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자신감이 과했던 것일까. 중국 축구가 2015 동아시안컵 초반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와의 첫 판에서 졸전 끝에 완패를 당하면서다. 축구협회 해산과 감독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인터넷으로 쏟아지고 있다. “런닝맨 PD를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라”는 조롱까지 나왔다.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사이트 시나닷컴은 3일 승리를 자축하는 우리 선수들의 뒤에서 고개를 숙이고 그라운드 밖으로 퇴장하는 자국 선수들의 사진을 스포츠뉴스 헤드라인으로 배치했다. 경기를 마친 오전 0시쯤부터 밤새 벌어진 중국 축구팬들의 설전이 오후까지 넘어온 모양새다. 사진 한 장에 붙은 댓글은 오후 3시 현재 2만5000건을 넘어섰다. 중국 축구팬들의 충격과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는 수치다.
댓글의 대부분은 중국 축구계를 향한 비난이다. “중국축구협회는 오염됐다. 13억명 중에서 축구를 가장 잘한다고 모인 선수들이 이 정도면 대표팀 선발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협회의 부패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 중국 축구는 열 세대 뒤에나 월드컵 본선에 출전할 것이다” “최정예 선수들이 한국 2군(비유럽파)도 못 이기는 대표팀이라면 협회와 함께 해산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우리나라는 전날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의 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2대 0으로 승리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스완지시티), 손흥민(레버쿠젠) 등 유럽파 선수들을 차출하지 않고 한국, 중국, 일본, 중동 리그에서 뛰는 아시아파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했지만 개최국의 안방에서 기분 좋은 완승을 거뒀다.
당초 중국을 우승후보로 지목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우리 선수들이 우승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면 중국을 지휘하는 알랭 페랭 감독은 “감독인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자책했다. 페렝 감독의 이런 발언은 불붙은 중국 축구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쏟은 꼴이 됐다.
중국 축구팬들은 “어설프게 성장한 선수들이 거드름을 피우지만 페랭 감독은 방치하고 있다” “공한증(恐韓症·중국 축구의 한국 공포증)을 확인했으니 이젠 북한에 진 최약체 일본에게 승리를 헌납할 차례다” “한국의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PD를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라. 적어도 선수들이 뛰기는 할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대륙 쇼크… “런닝맨 PD를 중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뽑자”
입력 2015-08-03 1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