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는 우선 올해 하나 남은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을 겨냥하고 있다. 2013년 격상한 시즌 5번째 메이저대회다. 그는 이 대회마저 석권해 자신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대한 일부의 질시어린 시선을 잠재우고 싶어 한다. AP통신은 3일(한국시간) 브리티시여자오픈만으로는 박인비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이 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5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해야 진정한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LPGA 사무국은 보도자료를 내고 “사전적 정의는 차치하고, 골프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4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으로 널리 인식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이어 “한 시즌 동안 4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면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고 하고, 5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면 ‘슈퍼 그랜드슬램’을 기록한 것으로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박인비가 9월 에비앙 챔피언십을 우승하면 카리 웹(호주)에 이어 두 번째로 슈퍼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하게 된다. 박인비는 이 대회가 메이저대회로 승격하기 1년 전인 2012년 정상에 오른 바 있다. 프랑스 알프스 산악지대에서 열리는 대회는 한국 골프장 지형과 많이 닮아있어 우승 가능성이 높다.
박인비는 내친 김에 112년 만에 부활된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세계랭킹 15위내 선수는 국가당 4명까지 출전할 수 있어 세계 1위 박인비의 국가대표 선발은 확정적이다. 4대 메이저대회에 추가해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게 되면 ‘골드 그랜드슬램’이란 칭호가 주어진다. 이 용어는 88 서울올림픽에서 우승한 여자 테니스의 슈테피 그라프(독일)에게 처음 붙여졌다.
아울러 16승 가운데 7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챙긴 박인비는 앞으로 메이저 몇 승을 더할 수 있을까. 역대 여자 선수 메이저 최다승은 패티 버그(미국)의 15승이다. 미키 라이트(13승), 루이스 서그스(11승·이상 미국)과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이상 10승) 등 5명이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다. 박인비는 줄리 잉스터(미국), 카리 웹(호주)과 메이저 다승 공동 7위다.
최근 추세라면 버그 기록에 도전해볼 만하다. 박인비는 2013년부터 14개 메이저대회 중 6승을 쓸어 담아 승률이 42.9%에 달한다. ‘침묵의 암살자’란 별명답게 마지막 날 선두를 질식시키는 힘은 섬뜩할 정도다. 박인비는 “저보다 승수가 훨씬 많고, 메이저 승수도 많은 레전드급 선수들을 보면서 앞으로도 큰 목표를 항해 나아 갈수 있을 것 같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그랜드슬램이란?
그랜드슬램은 4대 메이저대회를 전부 석권하는 것이다. 이 중 시기에 관계없이 한 번씩 모두 우승하는 것을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고 한다. 현재 여자골프에선 메이저대회가 아나 인스퍼레이션, 위민스 PGA챔피언십, 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 에비앙 챔피언십 등 5개가 있어 이 가운데 4개를 제패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으로 인정한다. 5대 메이저대회 모두 우승하는 것은 ‘슈퍼 그랜드슬램’이라고 부른다. ‘캘린더 그랜드슬램’은 4대 메이저대회를 한 해에 우승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를 달성한 선수는 지금까지 남녀 통틀어 1930년 보비 존스(미국) 단 한 명뿐이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